미국에서 살던 시절 느낀 것 중 하나는 내 말이 다른 인종이나 민족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영어에는 과거 흑인 노예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인종차별적(racially charged) 표현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 표현을 몇 개 소개합니다. ‘즐겨 쓰시라’는 의미가 결코 아니고, ‘실수하거나 오해 사지 말라’는 취지입니다.
△“This elections is so cotton-picking important to the state of Florida.”
‘Cotton-picking’은 목화를 따는 흑인 노예에서 유래했습니다. ‘정말로’ ‘진짜’라는 뜻입니다. “이번 선거는 플로리다주에 정말 중요하다.” 별로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 문구인데 4일 중간선거 지원유세에서 이 말을 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서니 퍼듀 농무장관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플로리다주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주지사 후보로 사상 처음으로 흑인이 출마했습니다. 장관은 다른 표현을 쓸 수도 있었을 텐데 마치 흑인 후보 들으라는 듯 ‘cotton-picking’이라고 했습니다. 또 얼마 전 폭스뉴스 해설가를 겸업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한 선거 전략가는 방송 중에 흑인 패널에게 “Are you out of your cotton-picking mind(당신 정말 정신 나갔어요)?”라고 했다가 폭스뉴스에서 해고됐습니다.
△“I realized I was getting gypped.”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만 인종차별적 표현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의 발언입니다 ‘Gyp’은 소수 유랑민족 ‘집시(Gypsy)’에서 유래된 동사로 ‘속이다’ ‘바가지를 씌우다’라는 뜻입니다. 집시에게 ‘떠돌이’ ‘사기꾼’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따라다니는 것은 아실 겁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미셸은 한 세미나에 참석해 “나는 내가 속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합니다. 자녀 양육 때문에 파트타임으로 일했는데 결국 풀타임 직원의 업무량만큼 일하면서 파트타임 월급을 받았다는 겁니다. 당시 미 언론은 시끄러웠습니다. 소수인종 흑인 대통령 부인이 또 다른 소수민족 집시에 대한 인종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를 썼으니까요. ‘Gypped’ 대신 ‘duped’ ‘cheated’ 등 인종차별 논란이 없는 평범한 단어를 쓰는 것이 좋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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