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절부절못하다’로 수정하여야 규범에 맞는 말이 된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많이 들어온 맞춤법이다. 잘 알려진 맞춤법인데도 뉴스에서조차 잘못된 표기가 발견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안절부절하다’라는 말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표준어는 어렵다. 표준어를 정하는 사람에게도 그 어려움은 적용된다. 언어는 항상 변하는 중이다. 그중 어휘의 변화가 가장 빠르다. 어떤 단어들은 사라지기도 하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의미가 포함되기도 한다. 변화 와중의 언어를 어떤 시점을 잡아 기준을 정하는 일이 쉬운 일일 리 없다.
하지만 어떤 어휘가 올바른가를 정하는 일은 필요하다. 표준어를 정해야 하는 위치의 사람들도 늘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어의 문법 원리도 고민하고 의미도 고려하고 말을 쓰는 사람이 변화를 인식하는가에도 깊은 관심을 갖는다. 그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부분은 우리가 그 말을 얼마나 사용하는가이다. 우리의 말이 표준어를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말이다.
문제는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고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말할 때이다. 어떤 말을 표준어로 삼아야 할지가 고민되는 순간이다. 어쩔 수 없이 경향성에 따를 수밖에 없다. 어떤 말이 많이 사용된다 해도 그에 대응되는 다른 것이 더 많이 쓰인다고 조사되면 후자를 표준어로 삼는 것이다. ‘안절부절못하다’(○)도 그런 예들 중의 하나다.
맞춤법이나 표준어같이 중요한 것을 이런 방식으로 정해도 되느냐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안절부절못하다’를 규범적 표기라 정한 데는 맥락상의 근거도 있다. 아래 문장을 보자.
● 결과를 앞두고 안절부절 어찌할 줄 몰랐다.
여기서 ‘안절부절’은 ‘못하다’와 연결되지 않고도 올바른 표기다. 부사로서 뒤의 서술어를 꾸며주는 역할을 하는 말이다. 이 부사 ‘안절부절’이 어떻게 쓰이는가를 보는 것은 ‘안절부절못하다’라는 말이 올바른 이유와 관련이 있다. 아래 예들을 보자.
●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다. ● 안절부절 견딜 수가 없었다. ● 안절부절 갈피를 못 차렸다.
여기서 부사 ‘안절부절’에 뒤따르는 어휘들을 보자. 모두 부정적인 서술어들이다. 이런 예들은 ‘안절부절’이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인 맥락에서 사용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절부절못하다’에서 부정적 의미를 가진 ‘못하다’를 인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단어가 쓰이는 맥락을 충분히 살펴 그 관계를 규범에 반영한 것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점은 하나의 단어가 옳은가 그른가보다 더 생산적인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눈을 돌려 ‘안달하다, 조바심 내다, 초조해하다’ 등을 떠올려보자. ‘안절부절못하다’는 이 다양한 단어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 더 관심을 갖자. 하나의 단어의 정오를 따지는 소모적 논쟁이 오히려 국어 어휘의 풍부함을 가로막는 일이 되기도 하고 문장의 다채로움을 제한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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