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신일]더 친절해야 외국인 관광객 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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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신일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겸임교수
권신일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겸임교수
얼마 전 서울역에서 택시를 타다가 앞에 외국인이 서로 스마트폰을 보며 갈 곳을 찾았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메리어트남대문”이라고 했다. 택시기사에게 “이분들 메리어트남대문호텔까지 갑니다”라고 전했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택시기사는 택시 내비게이션에서 찾아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또 도로명 주소가 불편하다며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결국 내가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위치를 알려줬다.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점으로 언어 소통을 꼽는다. 하지만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실은 외국인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택시기사들은 한국을 처음 찾는 외국인과 가장 먼저 접촉할 때가 많다. 한국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이런 모습을 기대하는 게 현재 국내 택시문화를 고려할 때 어려워 보인다. 외국인을 보면 먼저 당황하는 택시기사가 많다. 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까.

첫째, 택시기사의 서비스 역량과 마인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본 택시기사들도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 친절하다. 정부는 친절과 관련해 구호만 외칠 뿐 지속적이거나 구체적인 서비스 관리에는 소홀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고객의 짐을 보고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어주거나 대신 짐을 실어주는 택시기사가 많지 않다. 최근 베트남과 일본을 방문했는데 택시기사들은 직접 짐을 실어 주려고 바삐 움직였다. 물론 기사들의 입장에서는 언어가 통하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많아 부담스러우며 그래서 외국인 손님을 기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야 고객도 늘어나는 법이다.

둘째, 택시기사들은 독과점 구조에 익숙해 별달리 경쟁하지 않는다. 택시기사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는다는 사람이 많다. 이런 상황에선 서비스 경쟁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공유 교통수단도 택시업계가 생존을 이유로 막았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서비스를 향상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지도 않는다.

한국의 관광산업은 맥없이 밀리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이 택시기사들 때문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더 심각하게 고민하고 관리해야 한다. 한국은 외교가 생존과 직결된 국가다.
 
권신일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겸임교수
#외국인 관광객#택시#관광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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