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2011년 4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간암 3기임을 이유로 63일 만에 구속집행이 정지되고 이후 보석 결정을 받아 7년 8개월째 풀려나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달 대법원 재상고심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다시 파기환송 선고를 받았다. 1심-항고심-상고심-파기환송심-재상고심까지 5번의 재판으로도 모자라 재파기환송심과 재재상고심까지 2번의 재판을 더 남겨두면서 수감 여부 확정이 지연되자 장기간 보석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전 회장의 보석은 단지 길어서가 아니라 간암 환자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매일 술과 담배를 즐기고 고급 레스토랑과 명품 가게를 찾으며 일상을 즐기고 있다는 전직 수행비서의 증언이 나와서 황제급이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여기에 태광그룹 소유의 골프장 휘슬링락에서 전직 법무부 장관, 전직 검찰총장, 전직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 전·현직 고위 관리들이 골프와 식사비를 면제받거나 태광 골프상품권으로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결국 13일 이 전 회장의 보석 취소를 검토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언론 보도 등으로 볼 때 이 전 회장의 건강 상태가 보석을 유지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혹과 함께 보석 취소를 요청하는 진정서가 검찰에 제출된 지 2년이 넘었다. 공판 검사 중 한 명이라도 정의감이 있었다면 이 전 회장의 건강 상태를 의심하고 확인해봤을 터이지만 지금 와서도 청구의 근거라고는 언론 보도가 전부다.
▷보석에는 보석의 청구가 있으면 법원이 반드시 허가해야 하는 필요적 보석과 보석 여부가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임의적 보석이 있다. 흔히 병보석이라 하는 것은 임의적 보석에 해당한다. 이런 보석은 법원이 쉽게 내주지 않는다. 재벌이니 호화 변호인단을 갖고 있을 것이며 그 변호인단이 붙어서 부풀린 의료진단서를 만들어내고 검찰이나 법원이 직접 확인하는 걸 막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전구속(無錢拘束) 유전보석(有錢保釋)’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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