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6일 작년보다 약 한 달 빨리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 무역 1조 달러는 달성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이 훨씬 힘들다. 우리나라도 2011년 세계 9번째로 1조 달러를 달성한 후 4년 연속 유지했지만 2015년과 2016년에는 달성하지 못한 바 있다. 지난해 1조 달러를 회복하고 올해 전년 수치를 넘어섬으로써 우리는 세계 무역 9위, 수출 6위의 글로벌 무역 중심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무역 1조 달러 달성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사상 처음으로 작년보다 1개월 빠른 11월 16일에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이것은 작년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조 달러의 성과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청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올해는 수출 연간 6000억 달러, 월 500억 달러, 일평균 22억5000만 달러를 사상 처음으로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미국의 통상 압력, 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등 신보호무역주의와 신흥국 경기 불안 등 어려운 글로벌 통상환경 아래에서 달성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무역 1조 달러를 유지하고, 나아가 우리 무역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첫째, 수출 호조 품목이 반도체 등 일부에 한정돼 수출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민경제에 대한 파급효과가 다소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올해 처음으로 반도체 단일 품목이 1000억 달러 수출이라는 금자탑을 이뤘지만 총수출에 대한 일부 주력 품목의 높은 기여도는 대외환경 변화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둘째, 대기업 중심의 수출구조로 중소기업의 수출활동 참여율이 낮은 것도 문제다. 국내 중소 제조기업에 대한 수출기업화 사업 등 정부의 수출지원에도 불구하고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350만 중소기업 가운데 직접수출에 참여하는 비중은 3%에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무역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조심스럽지만 세계 수출 4강을 넘어 무역 4강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 일단, 수출 기준으로 우리보다 앞선 국가는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뿐이다. 네덜란드는 재수출입을 중심으로 하는 중계무역국이며 2018년 일본과의 수출실적 차이는 1000억 달러 이내로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우리가 부족한 점을 보강한다면 수출 4강도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세계 무역 4강은 근본적으로 단위 계약당 수출규모를 키우고 다른 한편으로 중소기업과 개인 등 수출에 참여하는 플레이어가 늘어나야 가능하다. 전자는 현재의 일부 주력 품목을 뒤이을 품목의 발굴과 부품·소재 및 소비재 등 품목의 다변화를 위한 대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후자는 중소·중견기업의 무역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중소기업도 아이디어와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비즈니스가 가능한 시대다.
마지막으로 수출 지향국가 이미지보다는 무역 균형국가 이미지 구축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포용 성장전략도 무역에 적용할 수 있다. 한국이 수출국가를 넘어 세계 무역의 규범을 주도하는 세계 무역국가로서 모범을 보여야 진정한 세계무역 중심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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