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투자자들은 단순히 돈을 버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방법으로 돈을 번다는 확신을 갖고 싶어 한다. 사회책임투자(SRI)와 임팩트투자 등의 시장규모가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온 것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단순히 기업의 경제적 성과가 아니라 비재무적 성과, 즉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추세는 자발적 변화 뿐 아니라 강제적 규제 움직임과 함께 더욱 강화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도 ESG 투자지침을 내년 실행 목표로 만들고 있다. 국가차원에서 ‘CSR 전략 수립’ 논의를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21세기의 메가트렌드는 지속가능발전과 ICT 기반 사회혁신이다. 지속가능경영은 시장자본주의의 구조적 병폐인 소득 불평등과 환경적 외부효과, 즉 환경파괴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것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 단순한 반성과 책임을 넘어서서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전략적 지속가능경영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혁신을 추구한다. 예를 들면, 오늘날 기업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SDGs)의 17개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가 기업이 되어야 한다. 기업은 혁신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도록 고안된 사회적 제도이다.
ICT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은 지속가능발전과 시너지를 창출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통신기업 KT가 통신을 이용한 정보수집과 전달시스템이라는 핵심역량을 이용하여 ‘세계 감염병 예방 서비스’를 개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가입자들의 로밍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지역을 방문한 고객 정보를 질병관리본부에 제공하여 질병 확산 방지에 기여하고 있으며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그 사업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전략적 지속가능경영의 성공요인 중 하나는 다른 업종 간 공동 프로젝트 수행, 그리고 NGO 및 비영리조직과의 광범위한 협업이다. 그 중에서도 모든 업종의 글로벌 CSR활동과 시너지를 가질 수 있는 통신과 금융업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지속가능경영의 주체는 당연히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다. 그러나 전략적 성공을 위해서 이해관계자를 대상이 아니라 공동경영을 하는 협력자로 보아야 한다. 핵심 이해관계자는 종업원이다. 임직원은 지속가능경영의 이해관계자인 동시에 주체이다. 지속가능경영 활동에 대한 임직원의 긍정적인 인식은 자아 존중감을 향상시키고 일탈 행위를 방지한다. 외부의 소비자나 지역사회 등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내부 이해관계자 그리고 협력업체와 같은 가치사슬 상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가치창조가 우선되어야 한다.
한국표준협회의 ‘대한민국 지속가능성 지수(KSI)’와 같은 평가시스템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촉진할 중요한 제도이다. 지배구조,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운영관행,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 등의 평가요소 선정은 기업에게 중요한 전략적 요소에 대한 신호를 보낸다. 평가시스템이 기업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평가기관의 전문성과 대표성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한국표준협회는 KSI 평가를 위해 전문가뿐 아니라 소비자, 임직원, 협력업체, NGO 등 다양한 이해관계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우리 기업들이 진정성을 가진 지속가능경영 성공사례를 만들어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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