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규택]더 많은 해군 장병이 더 강한 해군을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6일 03시 00분


조규택 해군발전자문위원·계명문화대 교수
조규택 해군발전자문위원·계명문화대 교수
16일 오후 2시부터 우리 해군의 첫 훈련함(Auxiliary Training Ship Helo)인 한산도함(ATH-81) 진수식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있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한산도 대첩으로 위용을 떨쳤던 충무공 이순신 제독의 정신을 이어받은 한산도함은 4500t급으로 전장 142m, 최대속력 24노트(45km)다. 순항속력 18노트로 7000마일(1만2000km) 이상을 항해할 수 있다. 보급 없이 자체적으로 태평양을 횡단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했다.

우리 해군은 일본, 중국, 러시아가 보유한 훈련함이 없었다. 그동안 훈련함의 역할을 작전 중이던 전투함이 대신 맡았기에 작전에 많은 피해가 있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해군이 염원했던 한산도함을 드디어 진수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한산도함은 해군 역사상 처음으로 오로지 교육과 훈련을 목적으로 건조한 함정이다. 사관생도와 사관후보생, 그리고 부사관 후보생의 연안실습, 순항훈련, 보수교육 등 함정 실습을 주로 전담하게 된다. 한산도함은 400명 이상의 거주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강의실을 비롯해 3개의 강의실과 조함·기관 등의 실습실도 갖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유사시 군함으로서의 생명인 전투함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함수에 76mm 주포와 40mm 함포, 그리고 대유도탄 기만체계 등도 장착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 군함 중 최대 규모의 의무실과 병상을 갖춰 해상에서 발생하는 전상자 구조 및 치료로 병원함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한산도함 진수식에 참석하면서 가슴 뿌듯한 한편으로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현역으로 함정에서 근무하던 30여 년 전에 비해 해군 전력이 외형적으로 커지고 발전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런 전력을 운영하는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언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군은 3군 가운데 특별히 첨단 장비와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기술 군이다. 그러므로 많은 함상 경험과 실력을 갖춘 간부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나는 해군의 중·대형 함정들이 20여 명에서 30여 명의 승조원이 부족한 채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현실이 몇 년간 계속되었고, 장기화된다면 결국 대원들의 피로가 쌓이게 될 것이다. 전투력의 극대화는 적당한 휴식과 시의적절한 교육이 선순환되어야 가능하다. 함정 장병들의 피로 누적을 해소하고 대양해군으로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절대 부족한 현재 해군 병력을 적정 수준으로 반드시 높여야 한다. 해군에 최소한 5000명의 간부급 전문 인력이 빠른 시일 내에 보충되어야 한다. 한때 항해장교로 해상 근무를 수행했던 사람으로서, 나는 해군 장병들의 사기를 더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강한 해군력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들 하지만, 실천 없는 빈 구호는 의미가 없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동북아 지역의 해양 안보 상황에 대처하고, 더 큰 바다를 지킬 수 있는 적정한 해군 인력 증원을 간절히 호소한다.
 
조규택 해군발전자문위원·계명문화대 교수
#해군#훈련함#한산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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