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맛집 찾아 삼만리’가 인기 있는 취미가 됐고, TV에서는 맛집 탄생을 꿈꾸는 골목식당 컨설팅 프로그램이 인기입니다. 반면 식당들은 최저임금 인상, 가파르게 오르는 임차료 때문에 표정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한 집 건너 하나씩 식당이라 경쟁도 갈수록 치열합니다. 맛집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 ▼
“국숫집, 김치찌개집을 거쳐서 17년 전부터 삼겹살집을 운영하고 있어요. 먹는 걸 좋아해 여러 맛집을 돌아다니면서 내 메뉴와 맛을 구상하게 됐죠. 메뉴를 섣불리 늘리지 않고 내가 잘 알고 자신 있는 삼겹살로 승부를 보기로 했습니다. 맛을 유지하고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결혼도 하지 않았어요. 우리나라에서 품질 좋은 국내산 삼겹살을 1만 원에 먹을 수 있는 집은 얼마 없어요. 얼마 전 2호점을 냈고 이번 달에는 아예 식당 이름을 바꿔 프랜차이즈로 확장시킬 계획입니다.” ―천이석 씨(42·서울 마포구 천이삼겹살 운영)
“3년 전 우연히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밀면을 처음 맛보고 주인에게 운영 방법을 전수받아 식당을 열었어요. 사골 육수에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사용하지 않아 나이 어린 손님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맘카페에서 소문이 났어요. 식당을 운영하면서 부모님이 가르쳐주신 4 대 6 원리를 실천하려고 합니다. 남에게 하나 더 주고 나는 하나 덜 가지려는 마음가짐입니다. 지금도 동네 어르신과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곽요섭 씨(40대·서울 강북구 제주밀면촌 운영)
“강남역 5분 거리에서 1988년부터 5평 남짓한 분식집을 운영 중입니다. 그때는 주택가였죠. 이 자리에서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건 건물 모퉁이 가게라 임대료가 싸기 때문이었어요. 건물주도 나가라거나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하지 않아 별 탈 없이 운영해왔습니다.” ―이모 씨(67·서울 강남구 분식집 운영)
“정 많은 단골들 덕에 수십 년간 가게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가게가 오래되고 좁은 골목에 있어서 시설도 낡았지만 손님들이 이해를 해주니 고맙죠. 따로 홍보를 한 적도 없는데 친구들끼리 ‘너만 알고 있어’ 하고 알려주면서 지금은 멀리서 찾아오는 젊은 손님들도 많습니다. 바쁠 때는 직접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해주고 청소할 동안에는 가게를 봐줍니다. 이분들 덕분에 가게가 돌아가니 영업시간이 끝나고 ‘이모, 하나만 더 해주세요’ 하는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어요.” ―강모 씨(57·서울 종로구 술집 운영)
▼ 소비자 마음 읽어야 ▼
“지역주민이 자주 가는 덮밥집이 있어요. 이곳에서 자주 먹던 연어덮밥 가격이 재료값 인상 때문에 1000원 올랐어요. 그런데 두 달 후 연어 가격이 내려갔다며 음식값을 다시 내리더라고요. 손님들은 그런 면에서 진정성을 느껴요. 주인이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팔고 어떤 음식을 파는 건지 소비자들도 다 알거든요.” ―김재희 씨(31·회사원)
“작은 분식집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장사가 안된다고 울상인 주인아주머니를 봤습니다. 메뉴판에 음식 종류가 20가지가 넘었는데 혼자 일을 하니 힘에 부쳐 보였어요. 백종원이 TV 프로그램에 나와 하는 말처럼 음식 종류를 줄이고 맛에 더 신경을 쓰면 좋겠어요. 이제는 백화점식이 아닌 두세 가지 자신 있는 메뉴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손님 입장에서도 식당에 더 믿음이 가고 기대가 됩니다.” ―심석문 씨(69·서울 중구)
“인터넷 맛집 검색을 해도 광고성 정보가 넘쳐나죠. 가장 확실하게 맛집을 찾는 방법은 요리사나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해당 음식점이 다루는 식재료에 대한 원산지 정보를 찾아보세요. 단순히 ‘국내산’으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특정 지역까지 산지를 정확하게 표시한 가게라면 음식과 서비스에도 더 정성을 들이는 ‘진짜 맛집’일 경우가 많습니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 1500원 김밥, 200원 남아요 ▼
“20년 동안 한 곳에서 운영해 왔지만 몇 년 전부터 재개발 때문에 주민들이 이주하면서 상권이 다 죽었어요. 특히 요즘은 뭐든지 카드로 계산하는 시대라 가격대가 저렴한 분식집에서는 카드 수수료가 제일 부담됩니다. 1500원 김밥도 카드 수수료, 재료비 등 다 떼면 손에 쥐는 건 200원뿐입니다. 사람을 써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제일 바쁜 점심시간에만 쓰고 있어요.” ―최모 씨(64·‘김밥천국’ 운영)
“사람을 더 쓰고 싶어도 인건비에다가 4대 보험까지 추가하면 사람을 전혀 쓸 수가 없어요. 가족끼리 운영하다보니 잠을 자는 5시간이 유일한 쉬는 시간입니다. 비싼 고급 재료를 쓰고 있지만 소비자는 대기업 빵집보다 싼 가격을 원합니다.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지만 30년 동안 빵 굽던 사람이 어디 가서 다른 일을 할 수 있겠어요.” ―김종숙 씨(48·서울 서초구 제과점 운영)
“식당재료 납품량이 2년 만에 반으로 줄었어요. 10가지 재료를 사가던 가게 주인이 5가지를 사가고, 5번 찾아오던 고객은 3번밖에 오지 않아요. 도매시장 중심거리는 식당을 하는 사람들이 식재료를 사러 오는 풍경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김장 준비를 위해 찾은 사람이 대부분이죠. 식자재 도매점과 시장도 덩달아 힘들어요.” ―이상기 씨(50대·서울 동대문구 식자재 유통업 종사)
“2000년대 초반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았죠. 크리스마스 때는 줄을 서야 할 정도였죠. 이제는 외식 개념이 많이 바뀌어서 가족끼리 오는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집에서 ‘혼술’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죠. 요즘엔 편의점에서도 저렴한 안주를 팔다 보니 매상이 더 줄어듭니다.” ―김모 씨(50대·경기 남양주시 패밀리 레스토랑·돈가스집 운영)
“인사동 같은 관광 특구는 임차료가 한 달에 1000만∼1500만 원 합니다. 옛날에는 장사가 잘됐는데 지금은 ‘전통의 거리’ 특색이 사라지면서 왔다가 실망만 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많아요. ‘관광 특구 프리미엄’ 때문에 임차료는 계속 오르는데 지자체 등에서 일부 지원이 나오지만 실효성이 없어요. 지금은 분기별로 250만 원 정도 하는 세금 내기도 벅찬 상황입니다.” ―김모 씨(60대·인사동 한정식집 운영)
▼ 식당도 경영마인드 필수 ▼
“메뉴도 유행을 따라 돌고 돕니다. 세계적으로 미국이 강세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식은 이탈리아 요리, 동양식은 중국요리가 유행이지만 이것도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동양식은 일식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고 서양식은 다채로운 요리가 많은 스페인 음식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어요. 일식은 일본의 경제 활성화가, 스페인 음식은 미국에서 점점 비중이 늘어나는 히스패닉계 영향이 큽니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식당 등 음식 숙박업은 폐업 주기가 3.1년에 불과합니다. 소비자 선호도가 쉽게 바뀌는 원인도 있지만 외국에 비해 한국의 창업 준비 기간이 짧고 인구당 점포 수가 많은 점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식당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상권에 대한 정보와 운영에 필요한 교육을 충분히 한다면 실패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남윤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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