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1년 만에 기준금리를 1.5%에서 1.75%로 올렸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대출금리를 올리고 시중 자금을 회수할 텐데 빚이 많은 가계는 이자부담이 늘고, 기업들은 돈줄이 막혀 투자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한은 추산으로도 이번 금리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2조5000억 원 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 대출자는 150만 명에 이르고 금리를 더 이상 올리면 견디기 힘든 한계기업도 3000여 곳이다. 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소폭이라고는 하지만 금리인상은 이들에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닐 수 없다. 9·13대책 이후 집값이 떨어지고 거래절벽이 닥친 부동산 시장도 금리인상 찬바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인상 배경에 대해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유지되면 금융 불균형 확대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소비와 투자에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지만 우리 경제가 소폭 인상은 감내할 수준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경기보다는 금융 안정을 택했다는 말이다.
저금리 기조를 타고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는 올 3분기에는 1514조 원까지 늘었다. 빚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보다 빨라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현재 2.25%인 기준금리를 이번 달에 또 한 차례 올릴 것이 확실시되고 내년에도 두세 차례 더 올릴 것으로 전망돼 더 이상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점도 수긍할 만하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이 금리를 올릴 적절한 타이밍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는다. 올해 초 경기가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덜 나쁠 때 금리를 한두 차례 올려 한미 금리 격차를 줄이고 경기가 더 나빠질 때를 대비했어야 하는데 한은이 실기(失期)한 측면이 있다. 경기가 가라앉는 현 국면에서 금리를 내리기는커녕 올릴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차라리 내년은 더 나빠질 텐데 이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지금 실탄을 비축하는 차원이라고 말하는 게 더 솔직하다. 그래야 기업이나 가계, 금융시장 그리고 정부 경제팀에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라는 제대로 된 신호를 줄 수 있다.
금리인상이 불가피했다면 이번 조치로 자금여력이 많은 대기업보다는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서민 가계나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애로를 덜어줄 만한 보완대책들이 필요하다. 세계 경기도 둔화세로 접어들고 미중 무역전쟁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의 저금리 파티도 끝물이다. 이런 변화에 한은의 통화정책으로만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제 체질 강화를 위한 재정 확대는 물론 규제개혁 감세 노동개혁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찾아 실행해야 한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다가 또 실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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