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효성]디지털 시대, 아날로그를 추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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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최근 영국의 4인조 록 밴드 퀸의 음악과 메인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장안의 화제다. 각종 음원차트에도 퀸의 노래들이 포진하고 있다. 7080세대뿐 아니라 신세대 감성까지 사로잡으면서 연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 편의 영화가 30∼4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시켜준다고 할까.

방송에서는 한 세대를 풍미했던 가수의 인기곡을 신세대 가수들이 새롭게 편곡해 경연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익숙한 멜로디가 낯선 분위기로 편곡돼 시청자와 방청객들에게 묘한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연주자의 창의성과 감성을 담아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낸 “재해석”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재해석은 시공을 초월하여 과거와 현재를 잇고, 이곳과 저곳을 이어준다. 한국의 방송 콘텐츠가 지구 반대편으로 건너가 새로운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소비되고 그들의 문화와 만나면서 또 다른 콘텐츠로 재창조된다. 또 기술의 진보로 아날로그적 내용과 형식이 디지털화되고, 플랫폼의 형태에 따라 거기에 담길 콘텐츠도 이모저모 새로운 모양새로 만들어진다.

1980, 90년대를 배경으로 우리네 소소한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낸 드라마가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었다. 예능도 과거의 웃음 포인트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가요 프로그램도 세대를 아우르며 감성이 공유되는 순간을 포착해 낸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한물간 양복도 옷장 한쪽에 모셔 두고 있는 것이리라. 복고풍 옷만 파는 매장도 있다. 과장된 어깨선이라든가 원색 계열, 이른바 ‘촌티 패션’이 젊은 감성을 사로잡고 있다. 옛날 분위기의 음식점이나 카페도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신복고열풍을 두고 문화평론가들은 아날로그 세대의 노스탤지어의 발현 또는 디지털 시대의 차가움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날로그 시대의 따뜻함을 추억하는 것이라 진단한다. 7080 부모세대는 자신의 젊은 시절 추억을 끄집어내는 일일 테지만, 신세대들에게는 새롭고 낯선 문화와 마주하는 것이기에 그들의 열린 마음에 박수를 보낸다.

낯선 땅의 가수가 우리 청소년들, 아니 우리 국민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듯 제2, 제3의 BTS가 그렇게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려주길 바란다. 신(新)한류를 견인할 동력으로 우리의 복고열풍을 활용하는 건 어떨까. 이미 우리의 수준 높은 방송 콘텐츠와 창의적 포맷들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방통위를 비롯한 정부는 국가 간 협정과 공정한 수익배분 등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회현상 전반을 담아내는 그릇이 방송이고 콘텐츠다. 콘텐츠를 통해 사회를 읽기도 하고 새로운 문화를 재생산해 내기도 한다. 디지털 세상을 차갑게도 하고 따뜻하게도 할 수 있는 것이 방송이기에 디지털 감수성만이 아니라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늘 예민하게 작동시킬 필요가 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퀸#프레디 머큐리#아날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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