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극복이 한국 사회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현재 인구의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 수준인데 올 2분기(0.97명)에 이어 3분기(0.95명)도 1명을 못 넘겼다. 무엇보다 저출산과 맞물려 지역 소멸이 우려되는 지방자치단체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자체별로 어떻게든 내 고장에서 아이를 낳게 유도하기 위한 온갖 출산 장려 사업이 쏟아진다. 가령 출산장려금 전국 1위를 차지한 경북 봉화군에서 첫아이를 낳으면 5년에 걸쳐 7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이후 둘째를 낳으면 1000만 원, 셋째 1600만 원, 넷째 때는 무려 1900만 원을 준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지자체 앞에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다. 지방에서 아이를 낳는 것과 계속 눌러사는 것은 별개라는 사실이다.
▷2012년 출산지원금을 대폭 인상한 뒤 7년간 합계출산율 전국 1위를 고수한 전남 해남군의 경우 실제 인구가 줄고 있다. 추적 조사를 한 결과 2013년 신생아 10명 중 4명꼴로 4세 이전에 이사 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먹튀’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더 나은 보육과 교육 인프라를 찾아간다는 것을 누가 막겠는가. 이에 강원도가 보다 강력한 유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까지 예산 7001억 원을 들여 내년부터 태어나는 신생아에게 매달 50만 원, 산모에게 1년간 20만 원의 육아기본수당을 지급한다는 계획. 그 실효성을 놓고 찬반이 분분한 와중에 도의회 상임위에서 예산안이 통과됐다. 본회의를 거쳐야 하고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는 과정도 남아 있지만.
▷지자체마다 ‘통 큰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현금 보상과 출산율의 인과관계는 불명확하다. 학계에서도 엇갈린 연구 결과가 수두룩하다. 지난해 일본에선 1990년대 이후 현금 지원보다 돌봄서비스처럼 당장 절실한 현물 혜택을 늘리는 추세라는 논문도 나왔다.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는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 단기간 돈을 준다고 해서 그 지역까지 찾아가 출산할 여성이 얼마나 될지 의구심이 든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해법을 낳는 법. 현금을 출산 장려의 만능키로 여기는 것이 위험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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