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어려웠던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발표됐다. 원하는 학교, 과에 들어갈 수 있을지 치열한 눈치 전쟁과 손자병법 뺨치는 합격 전략·전술이 난무할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현상을 보면서 매년 반복되는 질문을 던진다. 왜 많은 아이들이 최선을 다하고도 절망해야 하는가? 현 대학입시 제도가 인재 서열을 가리는 최선의 방법인가? 올해는 같은 질문에 이런 꼬리표를 달아본다.
2016년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충격을 준 이래 인공지능(AI)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수집, 분석하여 문제를 푸는 능력이 탁월하다. 대학 입시에서 측정하는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얼마나 빠르게 정답을 찾아낼 것인가’에 대한 역량이 필요한 일은 AI에 주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AI와 공존하고, 때로 경쟁하는 미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의미 있고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문제설정 능력’과 스스로 정한 의제를 독창적으로 풀어내는 ‘창의력’에 있다. 교육 당국은, 대학교는, 우리는 먼 미래의 일이라며 미루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사회적 협의를 바로 시작해야 한다.
이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교육 격차’의 문제이다. 현재의 입시 위주 교육 시스템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이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져 출발선부터 동등하지 못하고 결국 사회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맞춘다. 심지어는 시스템을 앞지른다. 하지만 현재에도 허덕이는 이들에게는 따라갈 수 없는 ‘교육 격차’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교육 격차’는 무엇으로 줄일 수 있을까? 아동·청소년기의 문화 활동이 답이 될 수 있다. 올해 10월 이화여대 아동가족연구소에서는 방과후 교육 시설(지역아동센터) 교사 400명을 대상으로 교육 복지 자원개발 수요 및 사회공헌 인식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복지 현장에서는 생각의 폭을 넓히고 동료와의 소통을 촉진하는 문화 활동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 필요성을 최우선으로 꼽고 있었다. 문화 관련 사회공헌을 활발해 해 온 CJ 등의 기업이 제공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높은 기대와 만족감을 나타냈다.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고, 직접 창작물을 제작하며 다른 분야를 융합해보는 시도로 이어갈 수 있으며, 무엇보다 ‘창의력’의 기본이 되는 열린 사고 및 자세를 갖출 수 있다. 이는 교육 복지 영역에서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창의력 높은 인재를 키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우선주의에 입각하여 상대적으로 문화 영역을 소홀히 다루었다. 소외 아동에 대한 사회적 시각도 아직까지 경제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며 문화 활동은 부차적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하지만 문화 활동 증진은 소외 아동으로 하여금 자신이 사회의 부담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고 개인의 잠재 능력과 창의력을 개발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게 한다.
미래 인재 역량의 본질은 높은 수능 점수나 대학교 간판이 아닌 창의력의 수준이며, 사회 전반에 차별 없이 고르게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 성장과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문화체험 기회를 고르게 제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복지에 사회 전반의 관심과 투자, 더불어 민간 기업의 참여 확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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