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문장’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쓰지만 정작 그 뜻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문장은 ‘생각이나 느낌의 최소완결체’로 정의된다. 문장 뒤에 쓰는 마침표는 그 ‘최소 완결’임을 보이는 표지다. 정확한 언어생활을 하려면 문장이 ‘최소 완결형’이 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장 속에 나타나는 단어들의 관계를 읽는 것이 그런 판단에 도움을 준다. 컴퓨터가 발견하지 못하는 문장 오류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이었다.
문장이 제대로 완결되게 하는 활동이 규범에 맞는 언어생활의 시작이라 했다. 어떤 관계를 먼저 보아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쉽다. 우리는 문장에서 주어와 서술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당연히 문장 안의 관계는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보기부터 시작된다.
문장의 전체주어는 ‘우리나라’이고 서술어는 ‘민족이다’다. 민족은 구성원을 가리키는 말이니 ‘나라’와 직접 대응하기 어렵다. ‘민족이다’와 제대로 어울리는 주어를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를 ‘우리’로 바꿔 보자.
●우리는 예로부터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이었다.(○)
이런 수정은 관계를 제대로 보아 정확한 문장을 만드는 기초다. 맞춤법을 문장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해야 보다 정확하고 유용한 언어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컴퓨터는 아직 이런 판단에 미숙하다. 그러니 우리가 문장을 만들면서 관계를 명확히 해 완결하는 과정을 거치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이상한 질문 하나를 해 보자.
●우리나라는 민족이다.(×) → 우리는 민족이다.(?)
‘우리는’, ‘민족이다’는 제대로 된 호응 관계라 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민족이다’는 어색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짧은 문장’이 좋은 문장이라 한다. 그래서 문장을 짧게만 쓰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어에서 가장 짧은 문장은 주어와 서술어로만 이루어진 문장이다. ‘우리는 민족이다’와 같은 문장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런 홑문장은 정보를 많이 포함하기가 어렵다.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수정된 문장의 밑줄 친 부분처럼 특정 부분을 꾸며 주어야 정확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로 조금 더 긴 문장이 정확한 전달을 돕는다는 말이다. 혼란이 온다. 어떤 사람은 문장을 짧게 쓰라 하고 어떤 사람은 조금 더 긴 문장이 정확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모순된 견해들 안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문장을 만들어야 할까? 판단 기준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가 그 문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기준이 된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맞춤법을 다루면서는 이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맞춤법은 정확하고 유용한 표현을 위해 규정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의 ‘최소 완결’을 구현하는 활동이 문장을 만드는 일이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 그리고 ‘자신이 만드는 문장’. 이 둘 간의 관계를 명확히 조율하는 활동이 정확한 언어생활을 위해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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