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훈]일산화탄소 중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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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연탄가스 중독사고가 연일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다. 일가족 네댓 명이 목숨을 잃거나 하숙집 학생들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가슴 아픈 일이 끊이지 않았다. 1976년이 절정이었다. 1013명이나 숨졌다. 땔나무를 대체한 연탄은 1980년대까지 가정 난방의 80%를 차지했다. 연탄을 사들여 놓는 것은 김장만큼이나 중요한 월동 채비였다. 가장들은 연탄 수백 장을 집에 들여놓고 한시름 놓았다며 안도했다.

▷일산화탄소(CO)가 연탄가스 중독의 원인 물질이다. CO는 인체에 들어가면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 공급을 중지시킨다. 두통이나 어지럼증과 함께 속이 메스꺼워지는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한다. 기성세대라면 어릴 때 연탄가스를 마시고 머리가 아팠던 기억이 없는 사람이 드물다. 연탄가스에 취한 사람들은 동치미 국물을 들이켜곤 했다. 동치미 국물의 유황 성분이 호흡을 돕고 독소를 배출시킨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이 현장체험학습을 갔다가 강원 강릉시의 한 펜션에서 가스 중독사고로 3명이 숨지는 참변을 당했다. LPG 보일러와 연통의 연결이 어긋난 틈새로 냄새도 색깔도 없는 CO가 새어나와 학생들을 덮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강릉시는 이 펜션에 대해 소방시설 기준 등만 점검했을 뿐이었다. 보일러는 점검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런 후진적인 인명사고조차 막지 못할 만큼 우리의 안전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연탄가스 중독사고가 빈발하던 시절, 일부 가정에선 새장에 카나리아를 키웠다. 소량의 가스에 노출돼도 생명을 잃는 카나리아에게 가스 중독 조기경보를 맡긴 셈이다. CO는 어떤 원료든 태우면 발생하는 위험 물질이다. 미국의 27개 주에서 CO 중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감지·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한 이유다. 두 달여 전 CO 중독사고로 일가족 3명이 야영을 하다 숨진 후 야영시설에선 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됐다. 1만∼2만 원이면 사는 CO 경보기가 없는 바람에 학생들이 생때같은 목숨을 잃었다면 기막힌 일이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일산화탄소 중독#연탄가스#가스 중독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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