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9년 업무계획은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 가속화와 조속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준비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계획은 소홀하기 그지없다.
국방부는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9·19 군사합의를 지속해서 이행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가 수반하는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사항들, 예컨대 무인기 비행금지 등이 군 방어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보완할 방안 등은 보고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또 내년에 최초작전운용능력(IOC) 평가를 실시하는 등 전작권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인데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완료라는 ‘정치적 시간표’에 집착하면 국가안보의 토대 변화 작업이 부실하게 이뤄질 수 있다.
내년 한 해 46조7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국방예산을 쓸 국방부는 ‘평화를 뒷받침하는 강한 군대’를 강조했지만, 그런 수사(修辭)와 실제 내용은 다르다. 국방부가 올 1월 보고한 2018년 업무계획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킬체인-KAMD-KMPR’ 등 이른바 한국형 3축 체계 조기 구축을 추진한다”며 관련 예산까지 명시돼 있었으나 내년 업무계획에선 아예 언급이 없다. 또한 ‘북한 위협’ 대신 ‘주변국 잠재적 위협’을 앞세우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표현 하나하나 신경 쓴 모습이다. 대한민국 안보의 주된 위협과 국방 증강의 근본 방향 자체가 흐릿해져 버린 것이다.
남북화해도 좋고, 조속한 자주국방도 필요하다. 하지만 국방부 같은 안보 부처는 본연의 임무와 존재 의미를 한시라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올여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칭송에 열을 올릴 때도 미 국방장관이나 군 지휘관들은 북한 핵·미사일의 위험성을 계속 강조하며 균형을 잡았다. 그런데 한국의 국방부는 청와대의 핵심 관심사항을 앞장서 실천하기 위해 다른 부처들과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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