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IS 격퇴 선언과 미군 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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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주의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가 건국을 공식 선포한 것은 2014년 6월. 시리아 북부에서 이라크 북부까지 칼리프가 통치하는 국가임을 선언하고 알바그다디를 초대 칼리프로 추대했다.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국가의 건설은 과거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정치적 꿈이었지만 그 꿈은 국제적 네트워크 운동에 그쳤다. IS는 광활한 땅을 제 영토인 양 차지하고 전 세계에서 추종자들을 끌어모아 무자비한 통치를 자행했다.


▷IS가 건국을 선포한 무렵이 실은 IS의 최전성기다. 그때부터 IS는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너무 일찍 굴기(굴起)하면서 우리나라까지 74개국으로 이뤄진 반(反)IS 국제연합전선의 개입을 불러들인 것이다. IS는 이라크 쪽의 라마디, 팔루자, 유전이 집중돼 IS의 경제수도로 불린 모술을 차례로 빼앗겼다. 시리아 쪽에서는 알레포에 이어 IS가 수도로 삼아온 락까에서 패퇴했다. 물론 잔당이 곳곳에 남아있어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시리아에서 IS를 격퇴했다”며 승리를 선언하고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방침을 밝혔다. 시리아에는 약 2000명의 미군이 IS와 싸우는 시리아민주군(SDF)에 대한 군사훈련을 지원해 왔다. IS 세력이 약화됐다 해도 시리아 재건의 과제가 남은 상황에서 미국의 일방적 철수 결정에 영국 등 서방은 반발했다.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시리아에 개입한 러시아, SDF의 주력이 반터키적인 쿠르드족임을 우려하는 터키만이 환영했다.

▷만사 돈이 우선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주둔에 들어가는 돈이 아까웠던 터에 터키가 쿠르드족 민병대에 군사행동을 하겠다고 하자 이를 빌미로 발을 뺐다느니, 미국제 패트리엇 미사일을 터키에 팔아먹는 것과 미군 철수를 맞바꿨다느니, ‘러시아 특검’ 수사에 쏠린 미국 내 관심을 분산하려는 목적이 있다느니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공화당 내에서조차 이라크 전후 재건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미군을 철수시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과오를 반복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is#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도널드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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