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하트 브레이크 마켓’을 오픈했다. 하트 브레이크 마켓은 옛 연인에게 받은 선물을 되파는 벼룩시장으로 베트남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서울 마포구 당인동에 처음 문을 열었다. 플리마켓에 앞서 이별 세미나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 서점 리스본과 함께 ‘이별이 어려운 사람들의 오후 8시 모임’을 개최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공지를 올렸는데 이틀 만에 10명이 신청했다. 모두 9명이 참석했다. 이별 세미나의 사회는 정현주 작가가 맡았고 나는 옆에서 보조 역할을 했다. “이별은 죄가 아닌데, 우리 사회는 잘 헤어지는 법을 몰라서 이별 범죄까지 일어나고 있어요. 이별이 왜 어려운가요?”
“옛 연인을 5년 동안 만났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환승을 당했어요. 환승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힘들어서 가슴에 쥐가 난 것처럼 아팠어요. 그리고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극복이 안 돼요. 다른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이 또 떠날까 봐 마음을 주지 못하겠어요.”
사랑에 환승이라니. 환승하면 돈도 절약되고 편하겠지만 사랑이 대중교통도 아닌데 환승이라니. “그건 그 사람이 나쁜 것이지 당신이 나쁜 게 아니에요. 그리고 다음 사람은 아무 잘못 없는 거잖아요. 다음 사람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데, 옛사랑 때문에 같은 취급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두 번째 사람은 이별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처음엔 너무 잘 맞았는데 그 사람이 요가에 심취했어요. 처음에는 요가 선생님이 예뻐서 그러나 의심도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요가에 심취해서 제게 관심도 없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요가 할 때는 치유가 되는데 저를 만나면 스트레스 받고 힘들다고 했어요.”
비슷한 경험을 얘기한 사람도 있었다. “제가 만났던 사람은 야구 시즌만 되면 사람이 변해요. 시즌에는 야구 이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어요. 화내고 민감해지고 야구 이외에는 아무런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이에요. 내가 야구만도 못한가 싶어서 헤어졌어요.”
세 번째 사람은 이별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옛 연인은 욕심이 좀 많았어요. ‘사람이 어떻게 모든 걸 잘하겠어. 필요 없는 건 좀 놓고 살아’라고 했더니 그럼 저를 놓겠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5년 넘게 만났는데 같이 갔던 식당이나 동네는 다시 가면 안 되는 줄 알았어요. 그 사람을 통해 평양냉면을 좋아하게 됐는데, 어느 날 평양냉면이 너무 먹고 싶었어요. 혼자 냉면을 먹으러 갔어요.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이별, 별게 아니구나.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잊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그래서 아직도 냉면을 못 먹고 있어요.”
내 여동생 같았으면 “그런 놈 뭐가 좋다고 냉면도 못 먹고 있냐. 오빠랑 냉면 먹으러 가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옆에 앉아 있던 분이 조용히 일어나 따뜻한 물을 한 잔 떠줬고 그 사람은 고맙다고 했다. 우리는 매일 이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별은 모두 다른 것 같지만 멀리서 보면 비슷하다. 아프게 한 만큼 나도 아프고, 내가 아픈 만큼 그 사람도 아프길 바라고. 우리가 이렇게 치열하게 이별 세미나를 한 건 어쩌면, 더 나은 연애를 위한 다짐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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