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정책 가운데 가장 잘못된 분야가 경제라는데 향후 대책은 중구난방이다. 기존 정책대로 가는지, 보완 혹은 수정을 하는지조차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게 최근 며칠 새 상황이다.
어제 나온 한국갤럽 조사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부정 46%, 긍정 45%로 뒤바뀐 가운데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가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평가다. 동아일보가 최근 고려대, 한국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올해 정부 정책 평가에서도 평가대상 40개 정책 가운데 10개가 낙제점을 받았고 이 가운데 7개가 경제 분야였다.
그런데 최근 청와대와 정부에서 나오는 경제대책 관련 말과 행동에서는 개선의 의지가 명확히 읽히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17일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도 경제방향은 기업 활력을 찾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역설했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국민의 공감 속에 추진해야 한다”며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사흘 뒤인 20일 정부 차관회의는 유급휴일을 실제 근로시간에 포함시켜 최저임금 기준을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보완 발언과는 동떨어진 엇박자다.
재벌개혁 대책에 대해서도 정반대 방향의 발언이 나오고 있다. 윤종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올 8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재벌개혁에 대해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0일 “과장되게 말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멀고도 멀었다”고 말했다. 김현철 대통령경제보좌관 역시 20일 한 심포지엄에서 “현 정부가 경제실험을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과거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또 앞으로 경제정책 기조가 수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내년 경제정책이 어디로 갈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이렇게도 해석되고 저렇게도 해석되는 애매한 화법이 아니라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 성장도 하고 분배도 하고, 혁신도 하고 포용도 하고, 좋은 것은 모두 추구하겠다는 말은 ‘증세 없는 복지’ 같은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경제현장에 혼란만 부르게 된다. 일관된 메시지를 내려면 정책 우선순위부터 명확히 정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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