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장군을 좋아한다. 한때 트럼프의 비서실장, 국가안보보좌관, 국방장관이 모두 장군 출신이기도 했다. 단, 장군의 말을 듣는 건 싫어한다고 마이클 울프 기자는 백악관 뒷얘기를 다룬 ‘화염과 분노’에서 썼다. 백악관의 마지막 남은 장군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동맹국과 상의도 없었던 트럼프의 ‘시리아 미군 철수’ 결정에 반발해 “대통령은 견해가 자기와 맞는 국방장관을 둘 권리가 있다”며 사임키로 했다.
▷매티스의 사임은 사실 오래전부터 예상된 일이다. 그는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과 함께 ‘백악관 내 어른들의 축(軸)’으로 불렸다. ‘주한미군이 없어도 아기처럼 잠만 잘 잘 수 있다. 주한미군 다 집으로 데려오라’고 말하는 트럼프를 매티스가 ‘초등학교 5, 6학년 수준’이라고 불렀다는 대목이 밥 우드워드 기자가 쓴 ‘공포’에 나온다.
▷‘공포’에 따르면 미국과 북한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지난해 12월 트럼프는 ‘주한미군 가족을 철수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릴 생각이었다. 매티스 등 ‘백악관의 어른들’이 간신히 말렸다. 잇속에 밝은 트럼프가 막대한 돈이 드는 전쟁을 실제 일으키려 했다고 보지 않는다. 트윗 글로 실전을 불사하는 것처럼 북한에 보이려 한 듯하나 군사 문제에서 그런 식의 압박은 자칫 우발적 충돌까지 일으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트럼프는 시리아 정부가 반군 지역에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때도 미사일로 보복한 게 고작이었다. 탈레반 세력이 다시 확장하는 아프가니스탄에 대규모 병력 증파가 필요하다는 참모들의 조언에도 고작 3000명을 증파해 시늉만 내다가 벌써 철군을 고려하고 있다. 매티스는 사임하면서 트럼프를 향해 “당신처럼, 나도 미국 군대가 세계의 경찰이 돼선 안 된다고 말해 왔다”며 “그 대신 공동방위를 제공하기 위해 동맹에 효율적인 리더십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미국 국력의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점점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한미동맹의 현실 앞에서 매티스의 말이 웅변적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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