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49〉마법을 부리는 식재료, 달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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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플레와 아이스크림
수플레와 아이스크림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과학자들은 3억4000만 년 전 양수의 상태로 된 알에서 5만8000년 전 표면이 단단한 껍데기로 진화된 후 닭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그전까지는 육지에서 살아갈 수도 없는 상태였다.

전 세계 시장을 살펴보면 다양한 알을 찾아 볼 수 있다. 닭, 오리, 메추리, 가장 큰 타조 알의 경우 달걀의 20배 정도에 이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알은 먹기도 쉽지만 때로는 특별한 알의 경우 용기가 필요하다.

‘100년 알’ 또는 ‘피단’이라 부르며 중국인이 즐기는 알은 소금과 라임, 쌀겨, 재와 섞어 7주에서 다섯 달 정도 삭힌다. 먹는 방법도 다양한데 죽에 섞으면 고소하고 부드러움을 살린다. 피단을 ‘말 오줌 알’이라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오줌을 이용한 요리로 중국 저장성의 ‘퉁즈단’이 있는데, 10세 이하의 소년 오줌을 이용해 두 번 삶아낸 것이다.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현지인들은 신맛이 강할수록 좋은 것이라 한다.

길거리에서 삶아 파는 필리핀의 ‘발루트’는 부화 직전 오리의 모든 형태가 갖춰져 있어 오랫동안 임산부의 건강과 영양식으로 많이 이용되었다. 부화 직전의 것을 먹는 것은 성인 남성이 되었음을 주장하는 표현으로도 여겨졌다고 한다.

달걀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심벌로 수세기 동안 이용되었다. 창세기에 지구와 생명의 기원을 알리는 매체로부터 시작해 부활절 달걀은 빈 예수의 관이 부활의 의미가 되면서 십자가에서 희생된 예수의 피를 상징해 빨간색으로 물들여 사용하다가 요즘에는 다양한 색으로 변했다.

달걀은 마법 같은 역할을 하는 식재료다. 생것은 흐르고 열을 가하면 굳어가고 휘저으면 부풀어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프랑스 북부에 있는 수도원 몽생미셸의 입구에 1888년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도 같은 장소에서 영업하고 있는 오믈렛 전문점이 있다. 손잡이가 긴 팬을 마치 삽질하듯 들고 만드는 모습을 하루 종일 볼 수 있다. 겉은 빵빵해 보이지만 속은 부드러워 흐르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수플레 오믈렛’이 그렇게 만들어진다.

영국에서 접시닦이로 취직한 첫날 기억이다. 오믈렛 팬을 깨끗이 닦다가 주방장에게 혼났다. 무쇠로 만든 오믈렛 팬은 씻지 않고 길들여 사용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무척 화가 난 모습에 해고를 예상했지만 일손이 모자라 계속 일을 하게 됐다. 그 이후 나는 주방의 혁명이 코팅팬이라 생각했다.

만화책 ‘맛의 달인’ 중 달걀 대결에서 아들은 부드럽게 삶아낸 달걀에 트뤼플 소스를 곁들여 프랑스 스타일을 만들고 아버지는 달걀노른자를 된장에 넣고 3일 정도 두는 내용이 있다. 그러면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나는 최고의 안주가 된다. 내가 운영하던 레스토랑에서 이 두 메뉴를 선보이곤 했다. 후식으로 오렌지향의 수플레를 만들어 바닐라빈을 따 넣고 만든 달걀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마치 천상의 요리가 이런 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달걀#수플레#오믈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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