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보트 당신 건가요?” 허리케인으로 범람한 강변 마을에 요트가 떠내려 와 집이 풍비박산 났다. 집 앞을 지나던 대통령이 망연자실해 있는 집주인 노인에게 건넨 첫마디는 보트가 누구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집주인이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하자 대통령은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적어도 당신은 멋진 보트를 얻었군요.”
▷풍자 유머처럼 들리는 이 대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허리케인이 강타한 뉴번을 방문했을 때의 실화다. 피해 주민에 대한 대통령의 공감 능력이 정상인지 의문이 일면서 당시 트럼프의 발언들을 묶은 책 ‘이 보트는 누구 것이지?’까지 나왔다. 어린이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을 가르쳐 주기 위한 책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 책을 포함해 ‘화염과 분노’ 등 트럼프를 다룬 책 4종류가 24일 발표된 아마존의 2018년 연간 베스트셀러 톱10에 오르는 기현상을 빚었다.
▷전 세계가 ‘트럼프발(發) 혼돈’에 몸살이다. 트럼프는 지난주 사임 의사를 밝힌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예정된 퇴임일보다 2개월 일찍 내보내기 위해 현 부장관이 내년 1월 1일부터 장관 대행으로 일하라고 23일 지명했다. 매티스에게 삐친 심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20일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기준금리를 올리자 격분한 트럼프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에 뉴욕 증시는 급락했다.
▷트럼프는 집권 1년 11개월여 동안 무역 환경 등 여러 이슈에서 기존 질서를 무너뜨렸다. CNN은 그를 ‘최고 질서파괴자(disruptor-in-chief)’라 지칭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불량 대통령직(rogue presidency)’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예스맨만 대통령 주변에 남았다”고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은 대통령 혼자 끌고 가는 사회가 아니라는 점. 의회, 사법부, 언론, 싱크탱크 등의 견제 기능이 살아있다. 북핵 문제 해결 등에서 ‘미국 변수’가 특히 큰 한국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질서 파괴가 민주주의와 정의, 인권 등 미국이 주창해온 가치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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