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현영석]광주형 일자리로 제조업 르네상스를

현영석 한남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자동차산업은 전통적인 일자리 창출 산업이다. 우리 정부도 어려움 속에 있는 자동차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동차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북미 FTA 개정에 이어 미국 자동차 수입관세 25% 부과를 들고 나오는 것도 미국 자동차산업을 지키기 위함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자동차를 외국 대신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국내 일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당연한 것 같지만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가 꼭 일치하지 않는 점이 문제다. 자동차 기업은 국내 생산이 해외 생산보다 유리하지 않다면 국내 공장 건설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동계는 복잡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금 근로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자동차공장 건설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반면 구직 희망자들은 일자리를 절박하게 원한다. 정부도 일자리 창출은 국정과제다.

4년 전부터 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여러 연구기관에서 연구를 수행하였고 현대차-노동계-광주시가 협상을 계속해 왔다. 오랜 진통 끝에 광주빛그린산업단지에 연간 10만 대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장을 건설하고 완성차업체 1000명과 부품업체 1만여 명 등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주 44시간 근무에 연봉 3500만 원 근로조건까지 합의해 타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현대차와 노동계는 단체협약 조건을 공장 가동 후 5년 또는 누적생산량 35만 대까지 유지하는 문제로 다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2001년 ‘오토5000 프로젝트’로 헝가리 공장 건설 계획을 포기하고 독일에 신공장을 만들었다. 임금은 당시 폴크스바겐 직원보다 20% 낮은 월급 5000유로였고 폴크스바겐 노조는 기존 근로계약 조건을 보호한다는 조건으로 동의하였다. 이 공장은 독일 노동자 5000명을 추가 고용하고 소형 SUV ‘티구안’을 2001년 생산하여 2005년에는 독일 최대 판매차로 크게 성공하였다. 국내 일자리를 만들고 성공시킨 독일 국민의 지혜와 슬기를 엿볼 수 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소형 전기차 ‘테슬라3’를 개발하여 공장 건설 전인 2016년 3월 한 달 만에 40만 대 사전예약으로 돌풍을 일으켜 자동차 생산을 견인하였다.

광주형 공장을 통해 일자리는 물론이고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변화시켜 해외가 아닌 한국 신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변화를 만들어낸다면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르네상스를 이룰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소비자들도 역할이 있다.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서 생산 예정인 경형 SUV를 사전예약 등을 통해 적극 구매한다면 정책 성공에 힘을 보탤 수 있고 한국 자동차산업 및 제조업 르네상스에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 공장 성공은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산업이 세계 미래 자동차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국내 기반과 국민적 지지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영석 한남대 경영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