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위비 분담금 1년짜리 협정 맺자”는 美 요구, 동맹 갈등만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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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리 정부와의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최근 협상에서 협정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자는 안을 제안했다. 지극히 이례적인 요구다. 1991년 1차 한미 SMA 협정 이래 단 한 번도 1년 유효기간 협정은 없었다. 현행 9차 협정의 유효기간은 5년이다.

외교부는 미국이 일단 1년만 유효한 협정을 맺은 뒤 내년 이후 한국은 물론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다른 동맹국들을 포함하는 새로운 방위비 분담 시스템의 틀을 짜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분담금 산정이 더욱 복잡해지고 미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분담금 협상은 아무리 순조롭게 풀려도 동맹국 간에 신경전과 갈등이 불가피한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가치가 안팎에서 많은 도전을 받고 있는 시기에 분담금 문제로 매년 씨름을 하는 것은 한미동맹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안보 무임승차론’을 펴온 만큼 일정 수준의 증액 요구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인상 규모와 인상 속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2배 인상을 말했고, 실제로 협상에서는 5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10차 방위비 협정의 연내 타결이 무산됐다.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9602억 원으로 주한미군 주둔비의 절반 정도 규모다. 하지만 시설과 용지의 무상 제공, 세금 감면 등까지 고려하면 한국의 분담률은 60∼70%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분담률은 우리가 일본보다도 높다. 우리 정부는 또 주한미군 평택기지 건설비용 12조 원 가운데 91%를 부담했고, 우리 국민과 주한미군 보호를 위한 사드 배치로 중국의 압박까지 받고 있다.

이런 전후 사정을 무시한 채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을 향해 과도하게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데 대해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가치와 이해관계, 전략 차원이 아닌 ‘거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미국은 주한미군이 우리의 안보뿐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미국이 한국을 ‘무임승차국’으로 치부하며 분담금 증액을 거세게 압박하는 것은 한미동맹의 갈등 요소만 키울 뿐이다.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나토#방위비#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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