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탈북민 신상 자료가 담긴 경북하나센터 직원의 컴퓨터가 해킹당해 997명의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한 달이 넘어 발견됐다. 경북하나센터는 탈북민의 정착을 돕기 위해 전국에 세워진 25개 기관 중 하나다. 이번 사고는 박사과정 학생 명의로 보낸 e메일을 직원이 열어보다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발생했다. 탈북민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에 암호를 설정하고 인터넷을 연결할 수 없는 컴퓨터에 저장하도록 한 기본적인 규정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해킹당한 것이다.
탈북민들의 개인정보는 당사자의 안전은 물론이고 북한에 남겨진 가족 친지들의 신변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탈북 여종업원 등 상대적으로 민감한 탈북민에 대한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탈북자들이 들으면 기가 막힐 소리다. 북한 접경 지역인 중국 옌지에 머물고 있는 탈북민들은 아무리 친해도 자신의 신상이나 거처에 대해 절대 얘기하지 않는다. ‘신상 노출은 곧 체포와 송환’이기 때문이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들어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쉰 탈북민들로선 자신들의 신상 정보가 무더기로 노출됐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일일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정보가 털린 사실을 한 달이 지나서야 파악했고 해당자들에게 통보한 것은 해킹을 인지하고도 1주일 이상 지나서였다. 이번 해킹 주체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탈북자 정보를 노리는 세력이 지속적으로 공격을 하는 상황이다. 당국이 혹시라도 남북 화해 분위기 때문에 탈북민 안전 보호를 소홀히 여긴다면 목숨을 걸고 남한을 찾은 탈북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마저 방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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