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민간 기업인 KT&G의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하고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을 동원해 교체작업을 벌였다고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해 청와대가 남는 세금으로 정부 빚을 갚지 않고 오히려 국채를 발행해 박근혜 정부의 국가 채무 비율을 높이라는 압력을 가했다고도 주장했다.
KT&G는 공기업인 담배인삼공사의 후신이긴 하지만 민영화된 이후 정부 지분은 전혀 없고 외국인 주식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청와대든 기재부든 사장 인사에 개입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 되는 민간 기업이다. 의도적인 교체 시도를 했다면 민간 기업 인사에 대한 중대한 간섭행위다. 이는 작년 4월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임기를 2년이나 남기고 별다른 이유 없이 사퇴한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한다.
기재부는 KT&G 사장 교체와 관련한 문건을 작성한 적이 있지만 당시 차관이 바빠서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다른 민영화된 공기업에 대해서는 동향보고를 작성하지 않는데 KT&G는 담배사업법상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적어도 차관 보고용으로 작성됐다는 점은 인정한 것이다.
적자 국채 발행 압력도 인사 압력 못지않은 중대 사안이다. 기재부가 2017년 11월 1조 원의 국채를 조기 상환해 국가 채무를 줄이려고 하는데 청와대가 이를 막고 오히려 국채 추가 발행을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복지나 경기 부양을 위해 국가 채무를 늘리고, 이를 위해 국채 발행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재정 건전성 유지보다는 국가 빚을 늘려 복지, 경기 부양 등에 동원하자는 ‘큰 정부’가 문 정부의 기조이기도 하다. 이런 정책적 판단 때문인지, 신 전 사무관의 주장대로 박근혜 정부에 덤터기를 씌우려는 ‘정무적 판단’에 따라 국채 발행 압박이 이뤄진 것인지 진위가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
이번 폭로 내용에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해석이 포함됐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전부 거짓말이라고 덮기에는 중대한 사안이고 구체적인 정황들도 제시됐다. 이른바 적폐 사안들을 수사하듯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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