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맞춤법을 제대로 준수한 문장이다. 이 말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주책이 없다’가 맞는 표현이고 이를 ‘주책이다’라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2019년 1월 2일 현재, 위의 문장은 올바른 표기다. 물론 이것이 인정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직 어색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사전에서 ‘주책’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고 이상한 점을 발견해 보자.
주책[명사] ①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 ②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 대로 하는 짓.
주책을 풀이한 ①과 ②의 의미는 정반대다. ①에 밑줄 친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은 ②에 밑줄 친 ‘줏대’의 의미다. 사전의 풀이대로라면, ‘주책’이라는 말은 상반된 두 가지 의미를 갖는 이상한 말이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한국어를 사용하는 우리 때문이다.
‘주책’은 ‘주착(主着)’에서 온 말로 원래 ‘줏대’나 ‘주견(主見)’의 의미를 가졌다. 지금은 ‘주착’이라는 발음은 없어지고 ‘주책’이란 말로만 사용된다. ‘주책’이라는 단어에 부정적 의미가 들게 된 것은 흔히 이 말과 함께 놓이던 단어의 의미와 연관된다.
과거 우리말의 ‘주책’이라는 단어에는 뒤에 ‘있다, 없다’가 모두 연결될 수 있었다. ‘주책이 있다’는 단어는 ‘주관이 있다’는 의미로, ‘주책이 없다’는 ‘주관을 갖지 못했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어를 사용하는 우리가 ‘주책이 없다’는 표현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뒤의 ‘없다’가 가진 ‘부정적 의미’가 ‘주책’에도 옮겨오게 된 것이다. 학자들은 이런 변화를 ‘전염’이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한다.
‘주책’에 ‘부정적 의미’가 담겼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까? 역시 우리가 쓰는 말이다. 오늘날의 우리는 아래와 같은 말들을 흔히 쓴다.
●주책을 부리다, 주책을 떤다, 주책스럽다.
모두 ‘주책’이라는 단어 자체에 부정적 의미가 담긴 말들이다. 앞서 본 ‘주책’의 ②번 뜻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우리의 말은 ‘주책이다’라는 말을 표준어로 인정하게 만든 언어적 근거가 되었다. 2017년 1월 국립국어원에서 ‘주책없다’와 동일한 뜻으로 널리 쓰이는 것으로 판단하고 표준어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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