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돼지는 최고의 ‘기상 예보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5일 03시 00분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옛날에 어느 집주인이 집에서 기르는 개와 소, 닭, 돼지를 불러 놓고 “너는 주인을 위해서 무엇을 하였느냐”고 차례로 물었다. 개는 주인의 집을 지켜주었다고 했고, 소는 농사일을 했으며, 닭은 주인의 잠을 깨워주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대답할 차례가 된 돼지는 주인의 밥만 축냈지 도무지 주인을 위해 한 일이라고는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저는 주인님이 부자로 더 잘살 수 있도록 죽어서 제물이 되어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돼지가 돈을 가져온다는 이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모든 ‘고사상’에는 헤벌쭉 웃고 있는 돼지머리가 오른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돼지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돼지=돈이다.

필자는 돼지가 돈을 가져와서 좋기보다는 예보에 도움을 줘서 귀엽고 예쁘다. “돼지가 기둥에다 몸을 비비는 걸 보니 비가 올 모양이네.” 어릴 적 할머니의 이와 같은 말이 있고 난 다음에는 거의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충청도 지방에 전해 오는 돼지가 기둥에 몸을 비비면 비가 온다는 속담이 바로 이것이다. 동물학자들은 이런 속담이 생긴 것은 날씨 때문이라고 한다. 비가 오기 전 기압이 떨어지면 돼지는 이에 적응하기 위해 몸에서 흡수한 기체를 방출하려고 한다. 하지만 몸에 흡수된 기체는 유체(流體)이기 때문에 분자 단위로는 잘 방출되지 않는다. 그 대신 흡수된 기체의 분자들은 몸속의 유체 속에서 작은 거품으로 응집된다고 한다. 거품들은 신경세포의 연결부에서 신경 펄스의 전달을 방해해 돼지들을 불안, 초조하게 만들고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돼지의 또 다른 비 예보 버전도 있다. “돼지가 짚을 나르는 걸 보니 비가 오려나 보구나.” 축사를 내다보니 돼지가 연신 꿀꿀거리며 짚을 물어 나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에는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비가 오기 전 무슨 이유로 돼지가 짚을 물어 나르는지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할아버지는 돼지가 신통해서 비가 오는 것을 미리 알려준다고 했다.

돼지는 예보의 덕만 가진 것은 아니다. 일제강점기의 언론인 설의식 선생은 “돼지는 목이 짧다. 사뭇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목이 짧다고 추하고, 길다고 아름답다는 논법이 어디 있는가. 돼지는 다행으로 짧아서 곧은 목이다. 고집은 셀지 모르나 좌안우시(左眼右視)의 추태는 있을 수 없다. 목표를 향하여 일직선으로 직진할 뿐이다”라며 돼지는 덕(德)이 있는 동물이라고 말한다. 서양에서는 멧돼지의 머리가 위험으로부터 지켜준다고 해서 돼지머리가 전사(戰士)의 투구에 사용되었다.

2019년은 황금돼지해다. 기해(己亥)년의 기(己)는 노란색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돼지해 중에 유일하게 황금돼지해가 되는 것이다. 황금돼지해는 돼지해 중에서도 재물이 넘치고 태어난 아이가 큰 복을 받는다는 속설이 있다. 전해지는 말처럼 황금돼지해에 우리나라 경기가 좋아졌으면 좋겠다. 물론 출산율마저 높아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황금돼지해#기해년#일기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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