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박한 공시가격 현실화, 과속 부작용 우려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7일 00시 00분


올해 서울 명동 등 도심 지역의 토지 공시지가가 2배 이상으로 오른다. 한국감정원이 2월 발표를 앞두고 최근 열람을 시작한 ‘2019년 표준지 공시지가’를 보면 서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10개 필지 중 7곳이 지난해 대비 2배로 뛰었다. 단독주택 공시가격도 최고 3배까지 상승했다. 이는 부동산시장 과열로 땅값, 집값이 오르기도 했지만 정부가 공시가격을 실제 거래가격에 맞춰 한꺼번에 조정한 영향이 크다.

그동안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뜻하는 현실화율이 지역별, 가격별, 유형별로 천차만별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컸다.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0%대인 반면 거래가 뜸한 토지, 단독주택은 50% 선에 그쳤다. 또 고가 아파트나 고급 단독주택 밀집 지역일수록 현실화율이 낮았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국민의 재산을 공평하게 평가해 과표와 행정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들, 특히 중산층과 서민들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보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공시가격은 전국 1700만 가구와 토지 3268만 필지의 보유세 거래세 상속세 등 각종 세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연금 지급 등 60여 개 행정·복지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이미 제주도에선 토지, 주택 공시가격이 급격히 올라 기초연금 신청자의 42%가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고 세금 폭탄을 맞는 주민이 속출했다. 공시가격이 30% 오르면 건강보험료를 평균 13% 더 내고 기초연급 수급자 9만5000명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정책 목표를 위해 무리하게 인상 속도를 올리면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정 수입이 없는 은퇴자들은 세금 부담에 살던 집을 처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소지도 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도 공시가격에 바로 반영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지만 공시가격 하향 폭은 제한적이었다. 국토교통부가 감정평가사들에게 인상 지침을 내렸다는 논란은 과도한 개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국민 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단계적으로 완만하게 올리고 세율 조정을 병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토지 공시지가#부동산#도심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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