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까지 촛불 내세운 文… 성공 공식 깨고 나와야 할 때
‘촛불 청구’ 세력, 정부 성공 막아… 폭력 자행·용인하는 횃불로 변질
촛불은 선민의식 갑옷 아냐… 열린 人事·정책으로 응답하라
촛불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애착은 집착으로 느껴지리만치 지나치다. 촛불이 타오르기 시작한 지 2년여가 지났으면 한풀 수그러들 만도 하건만, 이번에는 경제 문제에 촛불을 내세웠다. 2일 신년사에서 “촛불은 더 많이 함께할 때까지 인내하고 성숙한 문화로 세상을 바꿨다. 같은 방법으로 경제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요컨대,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을 올해도 밀고 나갈 테니, 성공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것이다.
이 메시지를 접한 첫 느낌은 대통령께 불경(不敬)스럽게도 ‘안쓰럽다’였다. 경제가 오죽 안 풀리면 촛불까지 들고나왔을까.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을 필두로 한 소주성은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낙인찍혔다. 그 부작용을 세금으로 땜질하려고 해도 수습이 되지 않는 지경이다. 그럼에도 정책 전환이 아니라 ‘반드시 성공’을 기약하는 데선 오기를 넘어 아큐정전(阿Q正傳) 식 ‘정신 승리’가 연상될 정도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대통령이든 정부든 실패를 자인하기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성공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차용한 것이 촛불이다. 촛불에 힘입어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문재인에게 촛불은 지상 최고의 성공 경험,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촛불도 2년이 지났고, 집권 중반에 접어든 이때야말로 자신의 성공 공식을 결연히 깨고 나와야 한다. 자신이 성공한 방식대로 실패한다는 것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휴브리스(오만)의 경고다. 성공한 기업이나 최고경영자(CEO)는 물론이고 고금의 권력자,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도 그렇게 실패의 길로 갔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에게 지금 촛불은 성공의 모멘텀이 아니라 실패의 나락으로 찍어 누르는 짐 덩어리가 됐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막는 세력 1호가 이른바 ‘촛불 청구서’를 들이미는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같은 날 신년사를 발표한 민노총은 “2016년 촛불항쟁으로 박근혜 적폐세력을 물러나게 한 주체는 다름 아닌 우리 민주노총”이라며 올해는 경제 노사 문제를 뛰어넘어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 같은 정치 이슈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가당찮은 얘기다. 촛불은 민노총의 것도, 노동계나 시민단체의 것도, 문재인 정권의 것도 아니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을 몰락하는 왕조의 환관정치처럼 운영한 박근혜 정권에 절망했던 국민들, 나라다운 나라를 열망했던 우리 모두의 것이다. 그래서 누적 연인원 1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고, 헌법에 따라 질서 있게 정권을 교체했다.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말없는 절대 다수의 국민은 그것으로 좋았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촛불을 앞세우는 이들은 뭔가. 촛불을 아무렇게나 해도 좋다는 면죄부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촛불이 정신적 물리적 폭력을 자행하고, 용인하는 횃불로 변질된 것은 아닌가. 촛불을 ‘우리는 DNA가 다르다’는 선민의식의 갑옷처럼 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촛불의 철옹성 속에서 원칙을 요구한 내부고발자는 인격자살을 강요당하고, ‘적폐’로 찍힌 사람들은 희생되며, 상식을 말하는 목소리는 ‘가짜뉴스’로 묻히기 십상이다.
변질된 촛불을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다. 따지고 보면 문 대통령이 촛불에 부채의식을 느낄 이유는 없다. 촛불의 외침은 ‘박근혜 하야’였지, ‘문재인 집권’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이 집권한 데 대해 제 밥그릇만 챙기려 숟가락을 얹는 세력들에 놀아날 필요가 없다. 설혹 이들 세력이 촛불을 조직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가 있었다고 해도 대통령의 지상명제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이쯤에서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
촛불은 위대한 시민의 축제였다. 그 불빛은 닫힌 공간이 아니라 열린 광장이어서 더욱 찬연히 빛났다. 그렇기에 촛불을 자신들의 전유물로 삼거나, 선민의식의 울타리로 삼는 이들은 촛불 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진정 촛불 정신을 살리고 싶다면 성공의 기억에만 빠져 있을 것이 아니라 문호를 활짝 열어젖힌 개방적인 인사와 정책으로 응답해야 한다. 그해 겨울 촛불을 든 사람들의 소망은 한국사회의 전복(顚覆)이 아니라 전진(前進)임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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