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재근]핀테크가 뛰어놀 운동장은 언제쯤…

송재근 생명보험협회 전무

“차이나(중국)는 역시 차이나!”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중국을 치켜세우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 제품의 디자인, 기술력을 평가절하 하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앞서고 있다는 것이 객관적 평가다.

2017년 핀테크(금융+기술) 도입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핀테크 이용률은 69%로 세계 1위다. 뒤이어 인도 52%, 영국 42%, 브라질 40%였다. 한국은 32%로 세계 12위. 조사대상국 평균(33%)에도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회계기업 KPMG가 지난해 선정한 ‘핀테크 100’에 한국 기업은 비바리퍼블리카와 데일리금융그룹 등 두 곳이 들었다. 중국은 10위 안에만 앤트파이낸셜, JD파이낸스, 두샤오만금융(전 바이두금융), 루팍스 등 4개 기업이 선정됐고 100위 안에는 훨씬 많은 기업이 리스트에 올랐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목격한 핀테크는 놀라웠다. 이미 노점상에서도 QR코드로 결제가 가능했고 위챗페이, 알리페이가 일상화된 모습이었다. 각종 세금까지 QR코드로 이체가 가능하다고 하니 아직도 폰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사용하는 한국의 실정과는 비교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었다.

중국의 핀테크와 인슈어테크(보험+기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규제방식의 차이다. 한국은 규제의 틀에서 사업을 시작해야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시범지역과 시범기업을 정해 일단 무엇이든 시작하도록 한 뒤 운영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사후적으로 규제한다. 비(非)금융기관이었던 알리바바도 이런 방식 덕분에 2011년 알리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빅데이터 활용도도 한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 중국의 금융보험기업 중안보험과 루팍스는 모(母)그룹 핑안보험그룹의 고객정보를 기반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핑안보험은 8억8000만 명의 얼굴 데이터를 가지고 보험금 청구, 고객인증, 자필서명 대체 등의 수단으로 활용 중이다. 본인 인증 시간, 보험금 지급 시간도 빨라져 소비자 보호 효과도 내고 있다.

생태계를 바꿔나가는 도전정신도 남달랐다. 중국은 이종(異種) 산업과의 파트너십으로 배송반송보험, 보증보험, 항공지연보험과 같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온라인보험 생태계를 확대 중이다. 인공지능을 보험금 심사와 지급에 사용하는 등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신기술도 이미 중국에서는 널리 적용 중이다.

중국에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4차 산업혁명에는 규제혁신,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도 지난해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혁신적인 금융보험 상품이 마음껏 시도될 수 있는 운동장이 마련되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이 중국을 뛰어넘는 멋진 작품을 만들길 기대한다.

　

송재근 생명보험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