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유일 ‘출산율 0명대’ 나라… 저출산 정책 백지서 다시 그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9일 00시 00분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당 출생아 수)의 ‘0명대’ 추락이 확실시된다. 어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6∼0.97명으로 잠정 집계된다”고 밝혔다. 강신욱 통계청장이 지난해 출산율을 1.0명 미만으로 예상한 데 이어 정부 잠정 집계치가 다시 공개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출산율 0명대’ 국가라는 기록을 쓴다.

과히 인구 재앙이라 할 만하다. ‘출산율 0명대’는 1992년 옛 소련 해체, 1990년 독일 통일 등 체제 붕괴·급변 때나 나타난다. 앞으로도 출산율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00년대 이후 저출산이 고착돼 혼인 건수와 가임여성 자체가 줄어들었다. 인구 재앙은 우리 사회 근간을 흔들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고령화 복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세워 12년간 126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결과는 초라하다.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8명)은커녕 초(超)저출산 기준(1.3명)에도 못 미친다. 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년)에선 출산율 1.5명을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공수표가 됐다.

청년들은 왜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 묻고 있다. 일자리 주거 교육비 노후준비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가의 행복’을 위해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다는 뜻이다. 절대적 빈곤과 열악했던 조건에서도 자식을 위한 희생에 인생의 최대 가치를 두고 보람을 느꼈던 부모 세대로선 안타까운 현상이지만, ‘개인의 행복’을 우선순위에 두는 젊은이들을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문화는 급격히 바뀌는데 구조적 여건은 더디게 변하는 데서 빚어지는 괴리도 근간에 자리 잡고 있다. 나열식, 전시성 대책들을 모두 덮고 백지에서부터 새로 출발해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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