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그리고 아무런 내용도 적혀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천천히 붉게 머리 내밀 때까지 억눌러라, 오래 걸려 낳아놓은 대답이 두둥실 만월이다.
‘사랑’은 고금을 불문하고 시의 단골 주제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시를 읊었고 사랑을 잃어도 읊었다. 시가 표현하려는 것은 사람의 정서다. 시를 담는 그릇은 언어지만 시가 촉발되는 기폭제는 ‘자연’일 때가 많다. 시인은 보이지 않는 마음이나 생각을 자연에 빗대 구체화시킬 수 있다. 때론 자연과의 만남이 생각지도 못했던 마음을 일깨워준다. 자연 중에서도 산천초목(산과 물, 풀과 나무)은 시의 오랜 소재고 일월성신(해와 달과 별의 천체) 또한 시의 묵은 벗이다. 그중 특히 달은 숱한 시인들을 매료시켜 왔다. 달이라는 소재가 시에서 지닌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잠 안 오는 달밤에 마당을 서성이다 책상에 드리운 달빛에 사로잡혀 태어난 시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달은 하나인데 수천 개의 ‘달의 시’들은 서로 다른 달을 이야기한다. 문인수 시인의 ‘달북’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시인이 쓴 ‘달북’은 달과 악기 ‘북’을 합친 단어다. 하지만 북은 ‘책(영어로 Book)’을 뜻할 수도 있다. 달은 침묵하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의미를 읽어낸다. 그래서 달은 역설적으로 침묵의 책이고 경전보다 오래된 베스트셀러다.
땅을 보다가 고개가 아프고 마음이 아프면 올려다보라고 하늘이 있다. 오늘도 달은 뜰 것이다. 세상의 답과는 다른 나만의 답이 무엇인지 달에 쓰여 있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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