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부터 세계적으로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인력 감축 계획을 밝힌 데 이어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18일 직원 7%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지난해 말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 7곳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1만5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고 포드와 도요타, 닛산자동차, 폴크스바겐, 재규어랜드로버 등도 동시다발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처럼 선제적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은 세계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데다 4차 산업혁명 같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로 미래에 대한 대비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GM의 메리 배라 최고경영자는 “자동차산업이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등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면서 “장기적 이익과 매출 창출 능력을 높이고 시장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한국의 상황은 세계적인 추세와는 딴판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도요타가 임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GM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다음 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발표한 데 반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한 현대자동차는 강성 노조에 붙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은커녕 생산 라인을 옮기려 해도 노조의 동의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현대차뿐이 아니다. 한국 기업들은 운신 폭이 좁아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직된 제도와 강성 노조 때문에 선제적인 구조조정이나 미래를 위한 대비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기업 경영 실적은 나빠지는데 노조와 사회의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비(非)핵심적인 분야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수천 명의 직원을 직접 고용한 것도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경기가 나쁘다고 감원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다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의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여당은 올 들어 앞다퉈 기업인들을 만나고 기업 현장을 찾아가는 등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말로만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외칠 게 아니라 기업을 옥죄는 제도와 환경들부터 정비해야 한다. 다른 나라 기업들이 훨훨 나는 동안 발목에 밧줄을 칭칭 감고 2인3각 경기를 해서야 기업 자체의 생존이 불투명해진다. ‘함께 잘살자’고 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같이 망하는 것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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