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창석]가로수보다 숲이 미세먼지 줄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2일 03시 00분


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미세먼지 농도를 6개 등급으로 나누어 평가한 세계보건기구(WHO)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4등급에 해당한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깨끗하다는 뜻이다. 중국(북부 제외)과 같은 수준이고, 동남아시아, 중남미 및 아프리카 국가들과도 같은 등급에 속한다.

반면 일본은 2등급 수준이고,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1등급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그 등급이 대략 국가의 수준과 유사해 보인다.

대기오염 상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산림청, 서울시, 강동구 등을 중심으로 식물, 주로 나무를 심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같은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해 온 사람으로서 우선 이러한 의견 개진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방법론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나무를 비롯한 식물은 자신이 서 있는 토지 면적보다 훨씬 더 넓은 표면적을 보유하여 미세먼지 흡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진화되어 있다. 개체보다는 무리 지을 때, 즉 숲을 이룰 때 훨씬 더 효율적으로 미세먼지를 흡수할 수 있다. 또 식물은 원래 살던 지역과 위치가 다른 곳보다는 원래 살던 지역과 위치가 유사한 곳에 심어지면 더 큰 흡수기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서 발표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나무 심기 계획은 앞서 언급한 올바른 식물 종류의 선택과 식재 방법과는 거리가 있다.

우선 제안하고 있는 잣나무 같은 식물은 지역의 생태적 조건과 어울리지 않아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장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식물들은 제대로 자랄 수 없어 미세먼지를 흡수하기가 어렵고, 오히려 휘발성 유기탄소(VOC) 같은 미세먼지 원인 물질을 만들어 낼 가능성마저 있다. 배치 방법도 현재의 가로수처럼 고립된 형태의 식재를 주로 제안하는데 그보다는 숲의 형태가 좋다. 그것이 자연에서의 모습이며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식재 방법이기 때문이다.

옳지 않은 말은 거짓말이 될 수 있다. 전공 분야가 아니면서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것은 전문가 사칭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개인뿐만 아니라 지자체나 국가가 수행하는 정책 또한 바르지 않은 것도 있으니 이는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국민을 속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대기오염#미세먼지#가로수#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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