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69〉살짝 손 잡으며 말하면 ‘주의 집중’ 잘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3일 03시 00분


부모 말에 다른 데 보는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초등학교 3학년 민수는 놀이터에서 놀다가 매번 학원에 10분씩 늦는다. 오늘도 학원 강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몇 십 번 주의를 줬는데도 변화가 없다. 엄마는 집에 들어오는 민수에게 사뭇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민수야, 너 오늘 또 학원 늦게 갔어?”

엄마는 오늘은 정말 확실히 아이에게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이가 오기 전 마음을 가다듬고 해야 할 말을 적어보기까지 했다.

그런데 아이는 엄마가 훈계를 시작하자 다른 곳을 쳐다보기도 하고 눈동자를 굴리면서 딴청을 부렸다.

‘뭐지, 저 행동? 나를 무시하는 거야? 엄마가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뭐하는 짓이람!’

엄마는 스멀스멀 화가 올라왔다. 가만 생각해보면 민수는 항상 진지한 얘기를 하려고만 하면 이런 식으로 행동했다. 도대체 이런 아이에게는 어떻게 말을 전달해야 할까.

아이에게 충고할 때 부모의 표정이 굳어 있거나 분위기가 싸늘하면 어린아이는 혼이 난다고 생각하여 불편해한다. 부모와 눈을 마주치는 일을 어렵게 여긴다. 좀 큰 아이는 부모가 뭐라고 하면 무조건 잔소리라고 생각해서 듣기 싫어한다. 그래서 눈을 안 마주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아이를 앞에 앉히고 미리 부드럽게 “엄마(아빠)가 잔소리하거나 혼내려는 것이 아니니까 지금부터 엄마(아빠)가 하는 얘기를 잘 들어. 그리고 잘 이해해서 꼭 실천했으면 좋겠어. 엄마(아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너에게 가르쳐 주려는 거야”라고 하며 긴장감, 반감을 줄여 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네가 다른 사람이 말할 때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딴청을 부리면 엄마(아빠)는 너를 알기 때문에 받아 줄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너를 잘 몰라서 그 사람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 그 사람이 네 속마음을 다 알 수 없으니까. 그렇게 쓸데없이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는 것이 엄마(아빠)는 마음이 안 좋단다.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과 말할 때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담아들으려고 해 봐. 그 사람 얼굴을 보면서 눈을 마주치면 훨씬 더 잘 알아들을 거야”라고 하며 아이가 깨닫고 고치도록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부모들 중에는 아이가 부드럽게 말하면 헛듣고, 눈을 부릅뜨고 큰소리를 쳐야만 알아듣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러 번 반복해야 겨우 알아들어 속이 터진다고도 한다. 아이가 이렇게 반응할 때 부모는 참 힘들다.

하지만 아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그동안 부모가 화를 내거나 큰소리를 치면서 훈계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강한 자극을 많이 받았던 아이는 약한 자극에는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다. 아이가 부드럽게 말할 때 들은 척도 안 한다면, 더 가까이 가서 손을 잡는다든가 몸을 가볍게 만져 주의를 집중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이야기하는 중간중간에도 “듣고 있니?”라고 되묻고, 질문을 할 때 아이가 대답을 잘 안 하면 “엄마는 네 생각이 중요해. 기다릴 테니 생각을 얘기해 보렴”이라면서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아이가 끝까지 건성으로 듣고 주의를 집중하지 않으면 아이를 가까이 오게 해서 귓속말로 이야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떤 때는 부모가 실컷 훈계하고 나서 두 손을 잡고 “우리 다음부터는 서로 노력하자. 알았지?”라고 했는데, 아이가 엉뚱하게 “네?”라고 되물어 찬물을 끼얹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도 아이에게 화를 내지 말고, 일단 서운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엄마(아빠)는 정말 진심으로 너에게 이야기했는데, 네가 귀담아듣지 않은 것 같아 속상하구나. 그렇지만 아까 엄마(아빠)가 했던 얘기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 보겠다는 마음이니까 너도 노력해 주길 바라. 엄마(아빠)가 했던 얘기를 다시 듣고 싶다면 말해. 얼마든지 다시 얘기해 줄게”라고 말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어떤 잘못을 할 때 이런 말로 아이를 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많이 참고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 반면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은 아이가 언뜻 빨리 잘못을 고치는 것 같아 효과도 빠르고 쉬워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무섭고 두려워서 부모가 요구하는 대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끝나면 부모에 대한 두려움도 희미해지고, 부모가 했던 지시나 훈계도 잊어버려 같은 문제가 반복되기 쉽다.

아이에게 부모는 너무나 크고 중요한 존재이다.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 소리를 치고 무서운 얼굴로 말할 때 아이가 느끼는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이다. 당장 눈에 보이게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인내심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아이에게 훈계하고 지시할 때는 부드럽고 자상한 태도로 하는 것이 좋다. 당장의 효과보다는 긴 안목으로 볼 때 바람직한 방법이며, 결과도 좋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아이 주의력#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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