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해충돌’은 고질적 의원적폐… 그냥 두곤 국회개혁 못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9일 00시 00분


손혜원 의원의 전남 목포 구도심 투기 의혹에 이어 장제원 송언석 의원의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졌다. 장 의원은 지난해 말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로 활동하면서 교육부 지정 ‘역량강화대학’에 대한 예산 지원을 강조했는데 여기엔 그의 형이 총장으로 있는 대학도 포함됐다. 송 의원도 지난해 예결위원으로 지역구인 경북 김천의 김천역을 ‘제2의 대전역’으로 만들겠다고 앞장섰는데 알고 보니 김천역 바로 앞에 가족과 함께 4층짜리 상가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다. 어디 이들 의원뿐이겠는가.

공직자윤리법에는 ‘공직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선언적 규정이 2011년 신설됐지만 처벌 조항은 없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방지법은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이 법안을 만들 당시 부정 청탁과 이해충돌 방지를 목적으로 삼았으나 2015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 부분이 사라졌다. 이후에도 김영란법의 실현되지 못한 반쪽을 채우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상임위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장 의원은 “우리 집안이 유치원, 전문대학, 4년제 대학을 운영하는데 내가 각급 교육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를 요구하면 모두 이해충돌인가”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그런 게 바로 이해충돌이다. 장 의원은 최소한 역량강화대학에 대한 예산 지원은 강조하지 말았어야 했다. 손 의원에게 설혹 문화재 보존을 위한 좋은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런 식의 투자는 문화관광위원회에 속한 의원에게 허락돼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겐 나쁜 의도를 위한 변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의원들의 반발은 한국 정치인들의 이해충돌에 대한 이해 수준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국회의원의 이해충돌을 전수 조사하고 방지를 위한 입법도 해야 한다. 국회 전반의 이해충돌 문제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 손 의원의 의혹을 희석시킬 우려가 없지 않다. 그러나 그가 의원직을 이용해 미공개 정보를 활용했는지는 그것대로 수사하되 처벌이나 징계가 어려운 이해충돌은 또 그것대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해충돌은 의회권력의 고질적인 적폐다. 선거법 개정 시도가 늘 난관에 봉착하는 것도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깊어 필요한 만큼 의석수를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불신은 주로 의원들의 특혜와 이해충돌 행위에서 비롯된다. 의원들이 특혜를 줄이고 이해충돌에서 투명한 모습을 보인다면 선거법 개정에도 더 넓은 여지가 열릴 수 있다.
#손혜원#장제원#송언석#공직자윤리법#김영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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