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최근 터지는 각종 악재에 대처하는 방법은 ‘너희도 했잖아’ 프레임이다. 의혹이 터지면 일단 부인한다. 여론이 악화되면 “당사자 해명을 들어 보겠다”며 침묵한다. 그래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한국당도 했지 않느냐”고 나온다.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과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 민주당은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17일 이군현 노철래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한국당도 유사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으름장을 놨다.
손 의원 사건도 마찬가지다. 침묵하던 민주당은 한국당 송언석 장제원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이 터지자 수세에서 공세로 급격히 전환하면서 한국당의 과거를 거론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8일 한국당에 ‘엄정한 조사’를 요구했다. 표 의원은 “이익충돌 여부 전수조사를 요청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가족과 함께 경북 김천의 김천역 인근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송 의원은 해당 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 의원은 교육부 지정 ‘역량강화대학’ 사업에 예산 확충을 요구했는데, 가족이 운영하는 동서대가 후보 대학에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사안 자체의 시시비비를 따진 뒤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은 채 한국당의 비슷한 사례를 찾아 이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프레임 전환에만 몰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문제도 알고 보면 비슷한 방식이다. 민주당은 조 위원이 2017년 대선 때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명선거특보로 활동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한나라당 출신을 중앙선관위원으로 임명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다”고 물고 늘어졌다. 정당과 선거 주무기관의 건강한 긴장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오간 데 없고 “한국당도 이전에 그랬다”며 피장파장이니까 없던 일로 하자는 식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전략은 지난해 말부터 부쩍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선 한국당 의원들이 태양광사업의 졸속 추진 의혹을 제기해 수세에 몰리자 민주당 의원들은 “농어촌공사가 이전 두 정부 때도 41건의 태양광사업을 했다”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의 흐름을 좇아보면 “민주당이 집권했으니 좋아질 것이다”에서 “보수정권이 쌓아놓은 적폐가 문제다”를 거쳐 이제는 “한국당도 그랬다”는 식으로 집권여당의 해명이 변하고 있다. 이는 청산의 대상으로 여겼던 보수야당과 어느덧 닮아가고 있는 집권여당의 현주소를 스스로 자인하는 단면이다. 24, 25일 1박 2일 동안 경기 고양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한 지역위원장이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를 앞에 두고 “우리가 한국당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보나. 지금 국민 눈에는 한국당과 민주당이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제 무슨 일이 터지면 상대 당의 비슷한 논란과 의혹을 찾아내는 것이 거대 양당 모두에 매뉴얼화된 듯하다. 이 같은 ‘피장파장’식 때우기는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를 키울 뿐이다. 그리고 아무리 야당을 물고 늘어진들, 이런 식의 자해적 싸움에서 더 큰 손해를 보는 것은 국정운영의 책임이 있는 여당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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