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는 산이 없다. 그 대신 강과 운하가 많아 겨울철이면 곳곳이 꽁꽁 얼어붙어 스케이트장으로 변한다. 이런 환경 때문에 누구나 어릴 때부터 스케이팅을 접한다. 이 나라에서 스케이팅은 오래전부터 효율적인 이동수단이자 즐거운 겨울 놀이였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헨드릭 아베르캄프가 그린 이 그림에도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는 23세에 강변 도시 캄펀으로 이주한 후 평생 그곳 풍경을 그리며 살았다. 선천적으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그는 ‘캄펀의 벙어리’라 놀림받았지만 뛰어난 그림 실력으로 네덜란드 북부 최초의 전문 풍경 화가가 됐다. 특히 겨울 풍경화에 탁월했다. 이 그림에는 손잡고 스케이트를 타는 멋쟁이 상류층 커플, 그들을 뒤따라오는 젊은 서민 커플, 무릎을 꿇고 부인에게 스케이트를 신겨주는 자상한 남편, 꽈당 넘어져 신고 있던 스케이트와 중절모까지 벗겨진 남성 등이 생동감 넘치게 묘사돼 있다. 아이와 함께 눈썰매를 타거나, 얼음낚시를 하거나, 아이스하키의 일종인 ‘콜프’를 치는 사람도 보인다.
그림은 한겨울 빙판이 계층의 구분 없이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공공의 놀이터이자 보행로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다채로우면서도 차분한 색상, 세심하게 연출된 인물과 풍경 묘사를 특징으로 하는 그의 그림은 수집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꽤 비싼 값에 팔렸다. 화가 역시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빙판에서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면서 추운 겨울을 이겨냈다. 한겨울 운하에서의 스케이팅 장면은 화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자랑스러운 조국의 풍경이자 문화였던 것이다.
이 그림에서처럼 이미 400년 전에도 스케이팅은 네덜란드인들의 보편적인 겨울 놀이이자 문화였고, 오늘날에도 축구와 함께 국민 스포츠로 사랑받고 있다. 전 국민이 즐기는 문화는 발달할 수밖에 없다. 인구 1700만 명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가 빙상 강국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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