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택시업계와 카풀업계의 공방이 장기화하면서 모빌리티 혁신 좌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16년 승차공유 서비스가 처음 시동을 걸었을 때부터 택시업계와의 불편한 줄다리기는 시작됐다. 2017년 출퇴근시간 선택제 도입 이후 택시업계의 반발은 거세졌고 1년 넘게 ‘불법 유상운송’이라는 주장에 밀려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지난해 말 카카오모빌리티의 갑작스러운 베타서비스 시작으로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 됐다. 안타까운 택시기사 분신사건, 그리고 잇단 집회까지 택시업계의 화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서비스 잠정 중단이란 결단을 내렸다.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양측의 공방은 여전하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속앓이를 하는 건 택시업계 종사자만이 아니다. 스타트업 종사자들의 애환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 눈부시게 성장한 공유경제 서비스를 살펴보면 걱정은 배가 된다. 동남아시아만 보더라도 그랩은 그랩택시, 그랩카, 그랩바이크로 영역을 확장하며 모빌리티 혁신을 이뤄냈다.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는 우버 서비스가 시행 중이다. 이들 국가에선 공통적으로 우버와 택시업계의 공존 상생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핀란드는 우버 사태 해결을 위해 택시 규제를 풀고 자율경쟁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제자리걸음이다. 오히려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모빌리티 시장에서 아시아 꼴찌로 뒤처졌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순 없다. 다만 택시업계에서 바라는 대로 카풀 서비스를 중단하고 사업을 접는 게 과연 바람직할지, 지금은 그 고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공유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공유함으로써 더 많은 가치를 누리는 공유경제의 본질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에 힘입어 모빌리티 산업이 공유경제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승차공유 서비스인 카풀은 모빌리티 혁신의 시발점이자 성장동력이다. 규제에 손발이 묶인 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해외기업들은 호시탐탐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인구밀도가 높고 이동수요가 많은 한국은 해외기업의 러브콜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우버, 디디추싱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시장을 두드리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 문이 열리기 전에 기술 경쟁력을 키워 내수시장을 지켜 낼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이동편익 측면에서 카풀 서비스를 기대하거나 이미 사용하는 고객이 상당수에 이른다.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고객이 불러서 타고 차량을 소유한 이용자가 가는 길에 태워주고 서로 공유경제를 실천하면서 이동편익의 경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정부는 규제와 혁신 사이에서 포용적 혁신이 될 수 있도록 업계를 끌어안아야 한다. 그리고 단계적인 접근을 통해 한국 모빌리티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정부의 중장기적인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 지금은 꺼져가는 모빌리티 혁신의 불씨를 다시 살려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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