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의 막이 올랐다. 어제 후보등록 마감 결과 황교안 오세훈 김진태 후보가 당 대표 후보 등록을 마쳤다. 전대 보이콧을 선언했던 홍준표 전 대표에 이어 심재철 정우택 주호영 안상수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했다. 당 대표 선거는 3자 대결로 압축됐다.
이번 전대는 준비 과정부터 내부 분란으로 얼룩졌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일이 전대 일정과 겹치자 전대 연기 여부를 놓고 당 선관위와 일부 후보들이 정면충돌한 것이다. 제1야당의 수장을 뽑는 공당의 행사가 외부 행사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연기론에 휩싸인 것은 당의 취약한 위상을 보여준다. 결국 전대 일정 고수에 반발한 일부 후보들이 불출마하면서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금 한국당 안팎에선 친박, 비박에 이어 배박(背朴)이란 황당한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유영하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로 포장해서 운을 떼자 해묵은 계파 싸움으로 번졌다. 당 재건을 위한 후보들의 비전 경쟁은 ‘박근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 와중에 강경 우파세력의 표를 의식한 일부 의원의 5·18민주화운동 모독발언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는 참담한 사태까지 벌어졌다.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과 대통령선거-지방선거 참패를 당한 뒤 비상대책위원회까지 만들며 쇄신을 외쳤던 반성과 각오는 어느새 사라진 느낌이다.
물불 안 가리는 선거전의 현실을 백번 이해한다 해도 이번 전대는 달라져야 한다. 한국당은 당 강령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등 6대 핵심 가치를 내걸고 있다. 핵심 가치는 장식용이 아니라 당의 DNA다. 전대가 보수의 핵심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지 치열하게 경쟁하는 무대가 되지 못한 채 퇴행적인 줄 세우기, 이전투구로 치달을 경우 국민들은 한국당에 회생 불능 판정을 내릴 것이다. 국민은 전대 결과보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당의 쇄신 여부를 심판할 것이다.
여권의 경직된 이념에 매몰된 정책실험으로 민생과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지만 정작 한국당은 대여공세의 구슬도 못 꿴 채 조롱 대상이 되고 있다. 요즘 한국당의 지지율이 약간 상승 추세였다 해도 여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댄 신기루일 뿐이다. 한국당은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전대를 계기로 합리적 견제·대안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수권정당의 꿈이나마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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