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89〉‘테고’는 ‘터이고’의 준말, 띄어 쓰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3일 03시 00분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띄어쓰기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좀 더 거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터뷰 기사의 일부를 옮겨 적은 것이다. 잘못된 것을 찾아보자.

● 훈련시설도 필요할테고, 장비도 필요할테고, 또 함께
훈련을 해줄 인력도 필요할테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서 의료장비도 필요할테고… 필요한 게 많을텐데요.

밑줄 친 부분은 모두 잘못된 띄어쓰기다. 컴퓨터 맞춤법 시스템에서 오류를 잡아내는 예이기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오타를 줄일 수 있기는 하다. 오류의 이유는 무엇인가. 이유를 알아야 관련된 다른 띄어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원리를 보자.

기본형을 잡아보자. ‘필요하다, 많다’를 잡아낼 수 있다. 앞의 예인 ‘필요하…’에 붙어 있는 ‘ㄹ’은 뭘까? 이 ‘ㄹ’이 무엇인지가 이 말을 띄어 써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 내일 할 공부
● 어제 한 공부
● 지금 하는 공부

우리말에서 동사가 뒤의 명사를 꾸미려면 ‘-ㄴ, -는, -ㄹ’이 필요하다. 공부를 꾸미려고 ‘하다’에 ‘-ㄹ(미래), -ㄴ(과거), -는(현재)’이 붙었다. ‘하다’는 단어다. 그리고 뒤의 ‘공부’도 단어다. 띄어쓰기의 원칙을 다시 확인해 보자. 단어는 띄어 쓰고, 조사는 앞말에 붙여 적는다. ‘하다’와 ‘공부’가 각각 단어이니 당연히 띄어 쓴다. 그래서 ‘할 공부, 한 공부, 하는 공부’로 띄어 써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필요할테고’에 그대로 적용해 보자. ‘필요할’의 ‘할’이 ‘할 공부’의 ‘할’과 같다. 이 ‘-ㄹ’이 ‘테고’ 속의 명사를 꾸미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필요할’과 ‘테고’는 띄어 적어야 한다. 우리말의 ‘-ㄹ’은 그런 것을 알게 해 주는 요소다. 같은 이유로 ‘필요할 테니, 필요할 텐데’도 모두 띄어 적어야 한다.

그렇다면 ‘할 테고’에서 ‘테고’는 뭘까? 앞서 ‘테고’ 속에 명사가 들었다고 했다. 여기에 들어 있는 명사는 ‘터’이다. ‘터이고’의 준말이 ‘테고’인 것이다.

● 훈련시설도 필요할테고 필요한 게 많을텐데요.
→ 훈련시설도 필요할 터이고 필요한 게 많을 터인데요.
▷ 훈련시설도 필요할 것이고 필요한 게 많을 것인데요.

이 ‘터’를 ‘것’과 바꾸어 쓰고 무엇이 달라지는지 보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 ‘터’가 ‘의존명사’라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터’는 의존명사여서 대표적 의존명사 ‘것’과 바꾸었을 때 의미 차이가 크지는 않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의존명사들 사이에 여전히 남은 의미 차이를 본 것이다. 이전에 가진 의미를 자꾸 잃어가는 명사들이 의존명사다. 오늘날의 ‘터’는 의미가 약해져 ‘추측, 예정’ 등의 느낌만 남았을 뿐이다. 그러니 ‘터’에 관련된 띄어쓰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이를 자주 틀리는 띄어쓰기 목록에 넣어 두자. 주목해 두면 오류를 줄일 수 있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맞춤법#테고#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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