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대형 슈퍼마켓은 전쟁터입니다. 충만한 투쟁정신으로 물건을 카트에 던져 놓고 계산대 앞으로 달려가면 평균 5명 이상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내 줄은 막혀 있는데 옆줄 계산대는 앞으로 쑥쑥 빠지는 듯합니다.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합니다. 그래서 셀프계산대로 향하는 분이 많습니다. 바코드를 찍는 것이 손에 익지 않아 시간은 더 걸리지만 속은 편하죠.
줄서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격 급한 한국인이야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인들도 싫어합니다.
△“Occupied time feels shorter than unoccupied time.”
미국 행동연구학자 리처드 라슨 박사의 명언입니다. 미국 공항들은 짐이 빨리 안 나온다는 승객 불만이 고조되자 수하물 처리체계 개선 대신 공항 구조를 바꾸는 데 집중했습니다. 도착 게이트를 일부러 멀리 만들어 승객들로 하여금 이전보다 6배 더 걸어야 짐 찾는 곳에 도달할 수 있게 했죠. 오래 걷는 동안 짐이 나와 있을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걸어도 별로 힘든 줄 모릅니다. 셀프계산대와 같은 이치죠. 공항에서 걷거나, 슈퍼마켓에서 바코드를 찍으며 열중하는 시간(occupied time)은 계산대나 벨트 앞에서 할 일 없이 기다리는 시간(unoccupied time)보다 훨씬 짧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The serpentine line is the most significant improvement in consumer psychology.
요즘 줄서기는 대부분 외줄입니다. 한 줄로 섰다가 비는 카운터나 계산대로 가는 방식입니다. 외줄 방식을 ‘뱀줄(serpentine line)’이라고 합니다. 줄이 구불구불하니까요. 외줄은 ‘줄서기의 혁명’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카운터마다 줄을 서면 고객들은 “이 줄이 짧은가, 저 줄이 짧은가” “왜 이 줄은 안 줄어드나” 등 고민에 빠집니다. 외줄 서기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게 만듭니다.
△I‘m queuing.
영국과 캐나다에서는 ‘queue’라는 단어를 자주 씁니다. ‘큐’라고 읽습니다. 예컨대 영국 열차 탑승구 앞 바닥에 ‘queue line’이라고 쓰여 있는 곳이 있는데 ‘여기에 줄 서라’는 뜻입니다. 미국 영어의 ‘line’과 같죠. ‘줄’ ‘줄 서서 기다리다’로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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