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A초교에선 학부모 1명이 지난 한 해 동안 100여 건의 민원과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처리 결과에 불복해 교육청, 국민신문고 등 행정기관마다 민원을 제기했다. 학교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반복했고 교장, 교감, 담임·보건교사뿐 아니라 동문회장까지 직권남용, 아동학대 등으로 고소했다. 학교 업무는 마비될 지경이었고, 해당 교사는 줄줄이 병가를 가거나 전보를 신청했다. 다소 극단적인 사례지만 교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결코 드물지 않다.
▷학생 지도 중에 발생한 사고로 인해 소송을 당한 교사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는다. 교사보험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전국 시도교육청 17곳 중 11곳은 단체로 교사보험에 가입했고, 나머지 교육청도 예산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4월에는 기존 법률비용보험에 교권침해 피해 특약을 추가한 보험까지 출시됐다. 변호사 비용만 지원하는 기존 보험과 달리 교권침해로 판명되면 최대 300만 원까지 정신적 신체적 피해 보상을 해준다. 지난달까지 1579명이 가입했다. ‘그래도 교육자인데…’라며 학생·학부모와의 갈등을 쉬쉬하던 교사들도 폭행 폭언, 성희롱이 빈발하자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자괴감을 느끼고 교단을 떠나는 교사도 늘고 있다. 이달 명예퇴직을 하는 초중고교 교사가 6039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교사들은 개학 직전 명퇴를 하는데 지난해 2월, 8월 명예퇴직 교사 수를 합친 것(6143명)만큼 많다. 서울 강남 B초교 교장은 “요즘 학부모는 교사에게 ‘자녀 맞춤형 서비스’를 기대한다. 학부모와 심한 갈등을 겪고 나면 신입 교사는 병가를, 나이 든 교사는 명퇴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비해 위험을 분산시킨 제도가 보험이다. 언제 소송에 휘말릴지 몰라 보험이 출시될 만큼 사제(師弟) 간 불신은 커졌다. 학생 지도는 위험해서 서로 기피하는 업무가 됐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노래를 부르며 자랐을 세대들은 씁쓸함을 감추기 어려운 소식이다. 기둥도 기울고, 서까래도 썩은 채 간신히 버티고 선 우리 교육의 단면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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