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는 ‘시민의 숲’이란 공원이 있다. 그런데 그 이름에는 상징성이 없어 시민들은 양재공원, 양재시민공원, 그 일대의 도로명 주소인 매헌로에 기인해 매헌(윤봉길 의사의 호)공원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이런 혼란은 시민들이 서울에 있는 모든 공원을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조성된 시민의 숲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된다.
이처럼 시민의 숲은 특정 공원의 이름으로 부적합하다. 지난 30년 동안 부적합한 공원 이름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아직까지도 답보 상태에 있다. 탈무드에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하였듯이 숭고한 정신이 담긴 ‘윤봉길공원’으로 개명해 나라사랑의 교육장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윤 의사는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虹口) 공원에서 열린 일제의 상하이 점령 전승기념식 단상에 폭탄을 던져 일본군 수괴를 처단했다. 이 의거만큼 큰 성과를 낸 사례는 한국독립운동사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또 중국 인민들은 자신들의 원수를 대신 갚아준 윤 의사의 장거에 열광했고 큰 감동을 받은 국민당 장제스 총통은 임정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사실상 정부로 인정했다. 공산당도 윤 의사를 ‘상하이 보위전 순국열사’ 명단에 올리고 중국의 민족영웅으로 추앙하며 그의 용맹을 이어받아 전진할 것을 다짐했다.
지금 아쉽게도 역사적 현장인 훙커우 공원은 그 이름이 루쉰 공원으로 바뀌었다. 루쉰은 중국인들이 존경하는 대문호이다. 훙커우 공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다행스럽게도 중국 정부는 윤 의사를 잊지 않고 루쉰 공원 북쪽에 그를 기리는 정원 ‘매원’을 조성하고 그 안에 윤봉길기념관을 세웠다. 세계 각국도 자국 국민에게 존경받는 인물의 이름을 공공시설 또는 공공장소에 명명하여 나라사랑의 장(場)으로 활용한다. 이젠 우리도 부적합한 시민의 숲이란 이름을 바로잡아 나라사랑의 장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이곳 시민의 숲 안에는 윤봉길기념관, 윤봉길 동상, 윤봉길 숭모비 등이 있고 그 인근에는 신분당선 매헌역과 매헌초등학교가 있다. 그 일대가 윤봉길 타운으로 조성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새로운 이름으로 윤봉길공원이 안성맞춤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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