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는 억 소리가 난다. 3억 달러(약 3370억 원)짜리 계약서까지 나왔다. 류현진의 LA 다저스 동료였던 매니 마차도가 20일(한국 시간) 샌디에이고와 10년, 3억 달러에 FA 계약을 했다. 미국 스포츠 신기록이다. 내년 말에는 4억 달러짜리 계약서도 나올 거라는 소문이 벌써 돌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유례없는 호황이다. 지난 26년간 쉬지 않고 몸집을 키워 인플레이션을 고려해도 377%라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입이 103억 달러(약 11조5900억 원)로 역대 최고였다. 대형 계약이 속출하는 이유다.
메이저리그는 위기다. 성장은 이어지지만, 관중은 주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관중은 지난해 4% 줄어 6967만여 명, 15년 만의 최저였다. 기존 팬들은 고령화로 이탈하고, 유소년 팬들의 유입은 줄고 있다. 야구 시청자 평균 나이가 57세다. 42세인 NBA(농구) 등과 비교해도 너무 ‘올드’하다. 미래 동력을 외면하면서, 정상에서 내리막을 우려하게 됐다.
메이저리그는 각성하고 있다. 사무국은 2015년 선수노조와 손잡고 약 300억 원짜리 ‘플레이볼’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신임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역점을 뒀다. 온라인 게임(e스포츠)에 길들여진 어린이들이 야구를 직접 경험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플라스틱 배트와 가벼운 공 등을 제공했고, 학교 체육시간에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도 했다. 4년을 공들인 끝에 뒷마당 등에서 야구를 하는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서, 230만 명이나 늘었다고 한다. 이 중 일부는 직업 선수로 성장할 것이고, 대다수는 고객이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우리 야구도 비슷하다. FA 선수 몸값이 100억 원을 넘은 지 오래다. 산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7시즌 프로야구 매출이 5000억 원 수준으로, 2015년과 비교할 때 10% 이상 늘었다. 그런데 관중은 미국처럼 감소한다. 지난해 관중이 804만 명으로 전년 대비 4% 줄었다. 전년 대비 감소세는 5년 만이다.
우리 야구는 느긋하다. 고령화의 위험 신호는 이미 켜졌지만, 팬의 평균 나이가 몇 살인지 모른다. 유소년 팬 증감 추이, 고령화 속도도 알 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티볼과 연식야구 지원으로 유소년 야구팬 증가를 기원해 왔다. 그런데 예산은 문화체육관광부 자금 위주로 2억여 원에 불과하다. 소액인 데다, 그마저도 데이터가 없으니 깜깜하다. 유소년 팬이 는 것인지, 준 것인지, 그것이 지원 정책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 대답할 수 없으니, 수정이나 보완도 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는 사무국과 30개 구단이 통합 마케팅을 한다. 마케팅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고, 노하우를 나눈다. 그들의 빅데이터는 관객은 기본이고, 야구장에 입장하지 않고 주변 클럽에서 맥주를 마시는 잠재적인 고객까지 분석한다. 우리는 사무국 따로, 구단 따로다. KBO가 용역을 줘서 만든 팬 설문조사 결과를 구단에 전달하는 게 거의 전부다. 선수협회, 은퇴선수협회 등 선수 조직들도 이 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 선수들이 어린이 팬들의 사인 요청을 외면한다는 뉴스가 요즘도 계속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취임해 시행착오를 겪었던 KBO 정운찬 총재가 올해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신년사에서 “900만 관중 돌파를 위한 양질의 성장동력을 쌓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유소년 등 미래 고객 유치와 관련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다. 무슨 수로 관중을 늘리겠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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