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그렇듯 내게도 설렘을 주곤 한다. 20여 년 전 처음 강단에 섰을 때 느꼈던 설렘은 나를 바라보던 학생들의 반짝반짝 빛나던 눈빛과 함께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 되었다.
매년 나무를 처음 심을 때도 항상 설렌다. 21일 전남 고흥군에서 올해 처음으로 황칠나무를 심었다. 나무를 심을 때면 언제나 내가 심은 첫 나무의 추억이 떠오른다. 어릴 적 고향 마을 뒷산에 심은 밤나무이다. 나무를 심고 푸르게 돋아나는 새싹을 보러 매일 산에 올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얼마나 자랐을까 하는 기대감과 혹시나 죽지는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이 교차했다. 다행히 밤나무는 잘 자랐고 이제는 아름드리나무가 됐다.
당시만 해도 나와 다른 사람들이 심은 나무들이 모여 울창하고 푸르른 숲이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우리의 숲은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 되었고, 어릴 때 내가 본 숲은 키 작은 나무만 있거나 황토색 흙만 보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나무 심기 운동이 시작됐고, 산은 조금씩 푸르러졌다. 지난 50여 년간 우리는 열심히 숲을 가꾸어 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금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치산녹화 성공 국가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나무를 심던 부모들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녀, 자녀의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 그토록 열심히 나무를 심었던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는 후대가 누릴 수 있도록 더 아름다운 숲을 만들어 가야 할 의무가 있다. 목재 생산 등 산림자원으로서의 산림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바꾸어 줄 그런 숲을 만들어 가야 한다. 산림청은 올해 서울 남산 면적의 74배에 해당하는 2만1000ha에 5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특히 경제림 조성과 국민 생활권 주변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나무 심기를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40년 된 나무 한 그루는 연간 에스프레소 한 잔에 해당하는 35.7g의 미세먼지를 흡수할 수 있다. 1ha(1만 m²)의 숲은 연간 168kg의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며, 미세먼지는 46kg을 흡수한다. 경유차 1대가 연간 1680g의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올해 5000만 그루를 심으면 경유차 약 106만 대가 내뿜는 미세먼지를 흡수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우리는 생활권 주변에 나무 심기를 확대해야 하고 심은 나무를 잘 가꾸어 주어야 한다. 그러면 덩달아 숲을 기반으로 한 일자리도 많이 늘어날 것이다.
아울러 산림청에서는 남북 산림협력을 통해 평화통일에 기여하기 위한 ‘새 산 새 숲’ 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 남과 북의 숲과 사람이 손을 맞잡은 모습을 통해 화합과 교류의 계기를 만들고, 숲을 통해 하나가 되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100년 전 선조들이 후손들이 자유로운 대한민국에서 살기를 꿈꾸며 3·1운동을 했듯, 우리도 아이들에게 ‘평화와 번영의 미래 100년 숲’을 선물하기 위해 나무를 심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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