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남북관계 몰두하다 韓美공조 놓쳤는지 돌아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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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아쉬워하면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긴밀히 공조하자고 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 결렬로 문 대통령이 추진해온 신(新)한반도체제 구상은 속도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북-미 회담 후 ‘3말4초’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유보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는 남북관계에서 너무 앞서가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북한이 이행해야 할 비핵화 조건보다는 대북제재 완화나 경제지원 등 상응 조치를 먼저 부각시킴으로써 협상력을 떨어뜨렸다는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금강산관광 재개 같은 부분적 선물과 영변의 맞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는 맥을 잘못 짚은 판단으로 드러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면적인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고 이게 결렬의 주된 요인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북-미 간 실무협상 내용과 기류를 거의 공유하지 못한 것으로 의심된다. 남북관계 개선에 몰두하다 보니 한미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그 결과 외교 협상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편의적 낙관론(wishful thinking)’에 사로잡혀 미국과 엇박자를 낸 것 아닌가.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은 비핵화 개념 조율이 협상의 최우선 과제라고 했지만 한국 정부는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회담 결렬 후 “김정은은 어떤 비전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것과 똑같지 않았다”고 했듯이 비핵화 개념은 핵심적인 이슈인데도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고만 되풀이해왔다.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확인됐듯 긴밀한 한미 공조의 바탕 위에서만 남북관계 진전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북한에 대해 진정한 비핵화에 나서야 제재 완화와 남북 경협 등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북-미 협상의 불씨를 다시 살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도널드 트럼프#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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