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장하성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남관표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을 각각 주중 대사와 주일 대사로 낙점했다. 장 전 실장과 남 전 차장이 청와대에서 근무해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안다고는 하지만,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불확실성이 커진 4강 외교의 적임자인지 의문이다.
중국은 지난 두 차례 북-미 회담에서 북한을 막전막후에서 지원하며 미국을 압박하는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도 비핵화 협상에 다양한 방식으로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시점에 북핵 외교의 최일선인 중국 대사에 외교 경험은 물론이고 주재국에 대한 전문성도 없는 장 전 실장을 보낸다는 것은 우려스럽다.
전임 주중 대사인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배경으로 양국 관계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김정은의 방중 때마다 자리를 비우는 등 한계를 드러냈던 일을 상기해 봐도 그렇다. 더구나 장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의 주역으로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여 경제 실정의 책임이 크다. 그런 사람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중국 대사직이라는 중책을 맡기는 대통령의 인사에 수긍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외무고시 출신인 남 전 차장도 1992년부터 3년가량 주일 대사관 서기관으로 근무했지만 이후로는 일본과 거리가 먼 경력을 쌓아왔다. 한일 위안부 합의 재검토 논란,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일본 자위대 초계기 저공비행 갈등 등으로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일관계를 풀어낼 괜찮은 선택지로 보기 어렵다.
친문(친문재인) 인사 중심으로 짜였던 1기 4강 외교 라인은 일찌감치 밑천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선 캠프나 싱크탱크 출신 대사들은 현지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 결과 우리 외교의 보폭은 좁아졌다. 그렇다면 이번 인선에서라도 바로잡아야 할 텐데, 더 엇나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4강 대사가 대통령 측근이 잠깐 머무르며 이력 한 줄 더하고 오는 경력관리용 보직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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