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석 달 연속 수출 감소, 도돌이표 대책으론 돌파 못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5일 00시 00분


정부가 급감하는 수출을 되살리기 위해 올해 무역금융 규모를 작년보다 15조 원 늘려 총 235조 원 공급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어제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 장관들과 ‘경제활력 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수출 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수출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지 않도록 수출 계약서만으로 상품 제조에 필요한 돈을 대출받도록 하는 등 수출 단계별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수출은 2월이 작년 같은 달보다 11.1% 감소하는 등 석 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지난해 효자 품목이었던 반도체와 석유화학 제품 등의 수출액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미국 일본 독일 등 다른 나라들도 작년 말부터 수출이 줄기 시작했다.

정부가 수출 지원책을 내놨지만 대내외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중(美中) 무역전쟁과 영국의 브렉시트 등 강대국들의 보호무역주의로 세계 교역 자체가 위축돼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미국발(發) 관세전쟁이 중국의 수출입을 줄이고 이에 따라 독일의 장비제조 산업이 타격을 입는 등 도미노식 충격파가 이어지고 있다. 단기적인 금융대책으로 수출이 얼마나 개선될지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정부는 2016년에도 ‘수출 감소세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총력 대응’을 발표하고 무역금융 확대와 신규 수출유망 품목 발굴 등의 대책을 내놓았었다. 어제 정부가 내놓은 대책도 당시 대책과 크게 다른 게 없다. 3년 동안 대내외 여건이 변했는데 캐비닛 속에 있던 대책을 제목만 바꿔 내놓아서야 험난한 무역전쟁의 파고(波高)를 어떻게 헤쳐 나갈 텐가.

올해 들어 처음 홍 부총리가 인천의 기업 현장을 방문했을 때 중소 중견 기업들은 정부의 핵심기술 심의로 수출이 늦어지는 문제와 지방 수출기업들의 인력난을 호소했었다. 수출업체의 돈줄을 터주는 것도 긴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처럼 기업들이 실제로 부딪치는 걸림돌을 치워주는 것이다. 수출업체 자금 지원도 총액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필요한 기업에 실제로 돈이 돌 수 있도록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이다. 부실보증이나 사기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으나 이런 우려 때문에 수출 지원이 지연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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