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인호]무역금융 확대, 수출기업엔 큰 우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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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우리 경제를 견인해온 수출이 안갯속이다. 자국 산업을 지키려는 보호무역주의, 미중 무역분쟁 등 세계 경제의 불안 요소가 곳곳에 쌓여 있다. 지난해 사상 최초 수출 6000억 달러 달성의 자부심을 즐길 새도 없이 수출이 지난달까지 두 달 연속 감소했고 올해 세계 무역 증가율도 전년보다 내려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위험 신호다. 수출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재점검하고 다가오는 충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된 수출활력 제고 대책에 많은 기대를 걸어본다. 2년 연속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수출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지원이 포함돼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출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지원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번 대책에는 무역금융의 본질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최근의 무역거래는 대부분 외상거래로 이뤄진다. 계약을 체결한 후 수출자가 물품을 선적하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수입자가 대금을 지불한다. 수출자에게는 탐탁지 않을 수 있지만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아무튼 수출자 입장에서는 물품을 떠나보내고 대금이 회수되기까지 ‘자금 융통’이 일시 정지되는 꼴이다. 하물며 수입자의 대금 지급 여부에 불확실성이 있거나 수출기업의 부채 부담이 높으면 수출기업은 대금이 회수되기 전까지는 추가적인 계약이나 거래 진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과 같이 수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는 금융시장에서 신용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는 이중고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금융지원은 이와 같은 수출거래의 본질적 위험성과 최근의 대내외 여건 악화 문제 해소에 집중하고 있다. 즉 수출의 모든 과정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정책 금융기관이 흡수함으로써 계약이 원활히 진행되고 수출에 필요한 자금이 차질 없이 융통되는 시스템이 구축되도록 정책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수출기업이 수출채권을 은행에서 조기에 현금화할 때 보증해 주거나 계약서를 기반으로 보증을 지원하는 대책 등은 최근처럼 실적 악화 등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지원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요건이 심사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정책금융기관이 수출기업을 믿고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대신 부담한다는 기본 정신이다. 금융기관이 해가 떠있을 때 우산을 주고 비올 때는 도리어 빼앗아 간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경우라면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우산을 걷어가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정책금융 지원 확대가 바로 수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일시적 신용 경색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뒷받침해 준다면 기업의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지켜내고 궁극적으로 국가 차원의 수출 증가에 기여하리라 믿는다.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무역금융#수출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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